[TF이슈] "윤리위 제소"는 '겁박용'?…실제 징계 '0건'

국회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사실상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웃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달 31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방송을 오늘날 이 지경으로, 엉망으로 만든 강간 추행범"이라고 발언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대 국회 들어 국회 윤리위의 징계를 받은 건수가 '0'건이라는 점에서 '겁주기식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리위 제소는 '정치적 행위'에 불과?

국회의원은 헌법 외에도 국회의 조직·의사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국회법을 따라야 한다. 윤리위는 국회의원이 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심사를 거쳐 의결함으로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징계안은 국회의장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 및 의원, 모욕을 당한 의원에 따라 발의가 가능하며 1일 기준 국회 윤리위원회에 올라온 징계안은 16건에 달한다.

국회 윤리위에 제출된 징계안의 대부분은 국회의원들의 작은 설전에서부터 시작한 '정치적 행위'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야가 '카운트 파트너'가 돼 진영간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퍼포먼스'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구체적인 징계요구안을 살펴보면, 지난 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했던 것에 대한 징계요구건, 또 지난 해 10월 김진태 의원이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뇌 주파수는 북한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징계요구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 밖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나체 묘사 그림을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하도록 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건, 지난 해 8월 사드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드괴담송'을 부른 박주민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건 등이 윤리위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실제 이뤄진 징계는 '0건'"…유명무실

문제는 윤리위의 실질적인 징계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리위는 국회의원의 징계안을 심사하는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심사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게 된다. 이후 국회의장은 징계가 담긴 보고서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며 이후 징계가 집행되는 식이다. 징계에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의 조치가 있다.

그러나 윤리심의자문위로부터 의견을 받은 윤리위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심사보고서의 제출기한에 관련 규정이 없어 이를 미루다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징계안이 아무리 무더기로 접수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징계건수는 '0'건에 그쳐 윤리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이날까지 총 16건의 징계안이 윤리위에 제출된 상태이지만 현재까지 징계를 직접적으로 받은 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대∼17대 국회에서는 각각 44건, 13건, 37건의 징계안이 발의됐으나 실제로 의결한 징계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두 발의 의원 요청으로 징계안을 철회하거나,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됐다.

다만 18대 국회에서는 58건의 징계안 중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강용석 전 의원만이 징계로 '30일간 출석정지'를 받은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39건의 징계안 중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심학봉 전 의원이 징계 최고수준인 '제명'을 받을 뻔 했지만 도중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집행이 무산됐다.

윤리위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여야의 치열한 싸움에도 불구하고 국회라는 울타리 안의 제 식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배정한 기자

◆다른 당이라도…與野 '제 식구 감싸기'

실제 윤리위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여야의 치열한 싸움에도 불구하고 국회라는 울타리 안의 '제 식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보통 다 (징계가) 안된다. 항상 그래왔다"며 "국회운영은 의원들이 하니까 여야 의원간의 합의에 의해서 그렇게 한다는데 (뭐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원에 대한 징계여부를 국회 임기 만료시까지 미뤄 윤리위 징계안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것을 막자는 주장도 나온다. 윤리위원회 소속인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윤리위가 심사자문위로부터 의견을 받은 이후 2개월 이내에 무조건적으로 국회의장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윤리위가 기한 내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윤리심사자문위의 징계안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도록 해 심사안이 자동폐기 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자문위가 하는 심사는 사실상 권고사항이라 윤리위에서의 결정은 다른 경우가 많다"며 "법개정이 필요한데, 사실상 통과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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