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대법, '백지구형 거부' 임은정 검사 징계 "부당" 外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는 취소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31일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4·13 총선을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설동근(69) 전 부산시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단원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주목을 끌었다.

○…대법원, '백지구형 거부' 임은정 검사, 징계 취소 확정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한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소송에서 "정직 4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던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법원이 알아서 선고해달라'는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구형을 했다.

이 사건으로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은 임 검사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1심은 임 검사가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정직 4개월 처분은 과중해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백지구형 자체가 형사소송법상 합당하지 않은 행동으로 보고 역시 취소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임 검사에게 해당 재심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는 지시를 한 부장검사는 직무이전명령 권한이 없어 임 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음을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판단했다. /더팩트 DB

○…대법원,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사전 선거운동 사건' 파기 환송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설 전 교육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둔 2015년 7~12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오피스텔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설 전 교육감은 주민 약 6만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해 홍보성 문자메시지 20만여 통을 발송하고, 모임 등에서 주민 1700여 명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임대차보증금 등 사전 선거운동의 비용 4200만 원을 자신을 돕던 A씨에게 요청해 받고, 선거운동원들에게 2124만 원의 금품을 선거운동 대가로 제공한 혐의도 있다.

1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설 전 차관의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 중 선거운동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행위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설 전 교육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시점에 근접한 행위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 목적으로 유사기관을 설치했거나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선거운동은 특정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거일과 시간적 간격, 행위의 내용과 상황 등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목적의사를 추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나머지 공소사실도 유지할 수 없으며 선거운동 대가 제공 및 수수로 인한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은 추가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교사들을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받게 해달라며 유족 측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 DB

○…"세월호 교사 4명은 순직군경 같은 유공자"…2심도 유족 승소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조경란)는 31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단원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故) 전수영 교사 등 4명의 유족들이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전 교사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탈출하기 쉬운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교사는 2014년 7월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순직군경유족 등록을 거부하면서 숨진 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순직군경은 직무 목적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거나 통상적으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이 남아 있는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경우로 한정한다"며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이에 유족들은 교사들이 목숨을 바쳐 학생들의 구조를 담당해 실질적으로 군경의 역할을 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매진했다"며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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