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또다시 인사청문회 정국이다. 다음 달부터 이진성 헌재소장, 유남석 헌법재판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은 국회 검증 무대에 서야 한다. 앞서 내각 인선 관정에서 진통을 겪어온 청와대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우선 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자인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한 인준을 받아야 한다. 오는 12월 1일 임기가 끝나는 황찬현 감사원장의 후임 인사도 인준 대상이다. 여기에 야당은 유남석·홍종학 후보자인 경우 '코드 인사'라며 반발하고, 특히 홍 후보자는 '재산 논란'으로 '낙마설'까지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의 공세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은 30일 국감 복귀를 선언했지만, 청문회 정국에서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로선 야당을 설득하며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증여 논란' 홍종학, '정치인 불패' 깨지나
세 후보자 가운데 가장 야당의 공세를 받을 인사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꼽힌다. 그 자신과 아내, 중학생 딸(14)이 지난 4년 간 30억 원어치가 넘는 부동산을 증여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또 중학생 딸과 엄마가 고액(2억2000만 원)의 채무관계를 두고 증여세 탈루를 위한 '편법 증여' 의심도 받는다.
홍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다음 달 10일 예정돼 있다. 야당은 홍 후보자가 그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부의 세습'을 공개 비판해온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고 지적한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여부'를 청문회서 검증하자며 '방어'에 나섰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소기업이나 벤처에 전혀 전문성없는 '코드인사'라서 문제"라며 "부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분이 자녀를 포함해 부의 대물림 문제의 한복판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탈세를 목적으로 한 불법 행위인지 청문회를 통해 의혹과 자질을 검증하자"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불법이 있었는지 청문회에서 자세히 듣고 국민들이 판단하도록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홍 후보자를 둘러싼 낙마설도 흘러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9월 15일 백지신탁 문제로 장고 끝에 박성진 전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뉴라이트 역사관 등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이후 인사청문 과정을 고려해 정치인 출신의 홍 후보자를 발탁한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4일 "박성진 전 후보자 이후로 20명 정도 더 검증했다"며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문회 통과에 대한 여러 가지 부담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안정 카드' 이진성, '임기 논란' 재연하나
청와대가 지난 27일 이진성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데는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사태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지난달 1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재소장 인준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이수 헌법재판관 권한대행체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야당은 새 헌재소장 후보를 지명하라며 압박했고, 헌재도 국회의 불신임을 받은 대행 체제를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전 보수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성 선임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로 다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였다.
다만 이 후보자 인선 후에도 '임기 논란'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는 김이수 대행과 마찬가지로 내년 9월까지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당초 청와대는 "재판관의 잔여 임기만큼 소장직을 수행해야 하는지 소장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지 국회가 법 개정을 먼저 해줘야 한다"며 국회에서 '입법 미비 문제를 먼저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이를 놓고 현직 헌법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임명되면 '기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 동안까지' 직을 수행하는지, '새로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왔다.
◆ 유남석, '우리법연구회' 이력 발목 잡나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경우 야당으로부터 '코드 인사'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라는 점이 집중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 청문회 때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경력을 언급하며 '이념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국감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유 후보자에 대해 "법원 내 하나회라고 불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결코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전날 "대법원장을 필두로 대법관을 비롯한 사법부 요직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임명돼 편중 인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1985년 군 법무관 시절 논문 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4일 대법원으로 출근한 유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추가 낙마' 시 靑, '인사 책임론' 불가피
문재인정부 들어 중도하차하거나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는 모두 7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번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과정은 곧 청와대 인선 노력의 결실을 가늠해 볼 장이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 후보자는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여서 따로 인준 표결을 실시하지 않으며, 홍 후보자는 현행법상 국회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만 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만약, 두 후보자에 대한 여야 대립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권과의 협치는 요원해진다.
또 자칫 추가 낙마자가 나올 경우,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부실 검증 논란과 관련해 "(홍 후보자인 경우) 재산검증은 다 기록에 있는 것이니 검증 과정에서 봤다고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