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우는 4개월 아들 입 막아 숨지게 한 엄마 '무죄' 外

울며 보채는 4개월 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3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pixabay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27일 생후 4개월 된 아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아 숨지게 한 엄마에 대한 선고,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엘시티(LCT)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 "울며 보챈다" 4개월 아들 코·입 막아 숨지게 한 엄마 '무죄'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현우)는 27일 울며 보채는 4개월 된 아들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37·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7월 27일 오후 12시 50분께 충북 보은군 내북면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일 A씨는 "아들이 의식을 잃고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의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오후 숨졌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이 질식사로 나오고, "아이가 시끄럽게 울면서 보채 1~2분가량 코와 입을 막았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미필적 고의는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아이가 숨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기록과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 살인의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는 이날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임세준 기자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2심서 명예훼손 유죄…"상고하겠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7일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명예를 훼손하는데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학문과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되면 안 된다는 점도 양형 사유에 고려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3년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부'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책에서 개진한 견해는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박 교수는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교수는 "선입견만으로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당연히 상고할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연구 중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자료가 나오고 있고, (집필 당시) 제 의견이 틀렸다는 인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엘시티 금품 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은행

○…'엘시티 비리'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 1심서 집행유예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심현욱)는 27일 엘시티 금품 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장호(70) 전 BS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대출 등 엘시티 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상품권 250만원 어치를 받고(금융지주회사법 위반) 1200만 원 상당의 중국 유명 서예가의 작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됐다. 또 자신의 부인을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꾸며 실제 근무는 하지 않은 채 급여 명목으로 3720만 원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회장에게 적용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알선수재, 업무상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 중인 이영복 엘시티 회장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까지 '엘시티 사업에 관심을 가져준 고마움과 대출 등 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품권과 서예작품을 줬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내 유수의 금융기관장으로서 국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높은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되는데도 부정한 사건에 연루됐고 범행내용과 경위 등을 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상품권과 서예작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횡령 금액을 돌려준 점, 오랜 기간 금융인으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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