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촛불혁명' 1주년, 광화문인가 여의도인가

촛불은 계속된다 촛불시민이 28일 광화문에 모인다. 촛불항쟁 1주년 기념집회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대표자들이 지난 23일 촛불 1주년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촛불 1주년 기념행사 참석여부를 고민하는 트친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광화문에서 참석해 청와대 못 가게 하자. ▲ 여의도에서 별도로 우리행사를 진행하자. ▲ 광화문 참석 후 따로 여의도로 행진하자. ▲ 아예 참석하지 않고 쉬거나 놀러 가자. 지난 23일 오후 트위터에 나돈 한 설문 내용이다.

클릭을 하고 시간이 지나 최종 결과를 확인했다. 두번째 선택지에 대한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촛불 1주년 기념식을 '광화문'이 아닌 '여의도'에서 개별 시민들끼리 별도로 하자는 이른바 '촛불파티파'목소리가 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트친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에 그리 놀랄 결과는 아니다. 다만 촛불항쟁 1주년을 앞두고 왜 이런 설문이 진행됐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기록위)는 오는 28일 '촛불 1주년 대회'를 '광화문'에서 시작해 '청와대 방향 행진'을 끝으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자 "'청와대 행진'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저의가 있고 악용 왜곡될 소지가 있어 반대한다"면서 자체적으로 촛불 1주년 행사를 적폐청산 저항세력이 있는 국회를 겨냥해 여의도에서 치르겠다고 촛불파티파가 나섰다.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한 촛불항쟁 1주년을 기념하려는 촛불시민·단체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일고 있다. 서울에서 두 개의 촛불행진이 각각의 구호를 외칠 것 같다. 광화문 촛불은 퇴진행동기록위가 주도한다. 여의도 촛불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개별 시민들로 구성된 촛불파티파가 밝힌다.

집회 주체와 그 동력 등을 감안할 때 광화문 촛불집회는 규모면에서 여의도의 그것을 압도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 촛불시민의 광화문 동참을 매끄럽게 이끌지 못한 퇴진행동기록위는 시민사회 일각의 질타를 감내해야 한다. 퇴진행동기록위는 26일 논란의 소지를 안은 '청와대 행진'계획을 취소했지만 여의도 촛불파티파는 오히려 더 많이 모일 것 같은 모양새다. "'청와대 행진'은 취소했지만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청와대 행진을 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는 주최측 입장이 되레 큰 반발을 자아내는 양상이다.

촛불항쟁 1주년인 오는 28일 퇴진행동기록위(왼쪽)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 개별 시민들은 여의도국회 근처에서 각각의 기념집회를 갖는다. /더팩트DB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세계시민상'시상식에서 촛불항쟁을 자신의 대권모태로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의 최대 수혜자이고 따라서 촛불정신을 현실정치에 투영시킬 책무자로 지지자들은 규정한다. 국정농단 세력과 적폐의 청산이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촛불의 시대명령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적폐청산에만 한정되는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걸 촛불 안에 녹여내라고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의의 기반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정의는 국민 분노와 불안의 극복, 적폐청산과 민생개혁 요구를 담아내는 핵심 가치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정부측도 강조하고 있다.

촛불항쟁 1주년인 28일 광화문 집회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정신을 기릴지 주목된다. 지난 5월 대선 전 마지막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더팩트DB

촛불정신이 현실정치 속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촛불은 광장으로 나올 기세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 속도와 결과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그 1700만명의 촛불함성이 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촛불항쟁 1주년을 맞아 차제에 촛불시민의 적은 누구인지 재차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적이 누구인지 모르고 수행하는 전투는 없다. 적을 확인할 수 없다면 전투를 효과적으로 펼칠 수 없다. 이길 수도 없다. 촛불이 왜 켜졌는지를 새겨야한다.

그래서 촛불의 의미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현실적 지혜가 범 개혁진영에 요구된다. 촛불 장소와 행진구간의 정치적 의미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촛불정신에서 개혁과 혁신이 출발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광화문과 여의도로 갈라지는 촛불을 보면서 행여나 특정 무리들의 편향적 이기심이나 선민의식이 촛불정신을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워서 그렇다. 촛불의 적 앞에서 논란과 혼선을 빚는 걸 경계해야한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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