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공론화'로 만사형통?…적용할 '대형 이슈' 리스트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와 관련해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핵심 키(key)'로 '공론화'가 부상했다.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공론조사에서 건설재개로 결론났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대선 당시 건설중단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찬반 여론에 부딪히자, 지난 6월 27일 정책 결정을 '공론화'에 맡겼다. 7월 24일 공식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여 간(89일)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네 차례에 걸쳐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건설재개(59.5%)'로 의견을 모아 정부에 권고했다.

공론화 이후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숙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도 지난 22일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론화 모델을 다른 국정현안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야당은 시민참여단에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공론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40년 동안 핵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교육을 받아온 사회에서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견해도 있다.

◆ 공론화 모델 적용 '1순위'는?…"모든 사안 대상될 수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일단 청와대는 공론화 방식 적용을 넓혀가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론화 과정을 다른 사회적 갈등 현안에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관건은 '무엇'을 공론화에 부칠지다. 각계에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연장 선상에서 공론화 적용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가 꼽힌다.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5.3%는 건설재개에 따른 보완조치로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을 가급적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지난 2013년 공론화 작업을 거쳤고, 공론화위원회는 20개월의 활동을 종료하며 "2055년을 전후로 영구처분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임시저장시설의 여유 공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당시 공론화 과정 절차에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또 다른 후보군은 문재인 정부의 '2017년 갈등과제 목록'에서 가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정무위)이 지난 11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를 비롯해 △비정규직 고용환경 개선(국정과제 64)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인상(국정과제 64, 71) △발전소(화력, 원전) 건설 재검토(국정과제 58, 60) △수능·자사고 등 교육현안 대응(국정과제 49, 50) △4대강 보 추가 개방(국정과제 59) △도시재상 뉴딜 사업(국정과제 79)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국정과제 27) △복합쇼핑몰 영업제한(국정과제 27) △방송광고제도 개선(국정과제 70) 등이 갈등과제로 분류됐다.

법조계에선 검경수사권 조정이 1차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공론화 적용 대상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무엇을 공론화에 부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범국민적 공론이 필요한 사안들은 다 공론화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론화 방식' 놓고 설왕설래…대의 민주주의 보완? 위배?

지난 20일 공론위의 권고안은 원전 건설 재개와 안정성 강화로 결정됐다./남윤호 기자

공론조사란,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표본 집단을 구성한 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1차로 의견 조사를 한 다음, 참가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을 거친 뒤 2차 조사를 실시하는 여론 조사 방법이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예산으로 46억 원을 의결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지난 9월 13일 표본에 맞춰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해 1차 여론조사를 한 뒤 이 중 478명이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2차 조사와 13∼15일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471명이 3·4차 조사(2박3일 토론회)에 참여했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고, 숙의 과정을 거치며 판단 유보층이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론화 방식'을 놓고 문제를 삼는다. 야권은 '비전문가'들에게 중차대한 국가 정책을 내맡긴 정부를 비판한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이고, 국회가 있다. 책임정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중단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면, 양측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국민 동의를 구하면 된다. 공론화위에 맡긴 것은 대의 정치를 위배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대의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로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전문가 엘리트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결정된 것 가지고 국가를 운영한다.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전문가 엘리트라고 포장하는 경우 많다. 더욱 국민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향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선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해 구성됐다.

한편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정부 권고안을 바탕으로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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