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실시된 국회 국정감사가 18일 초반전을 마무리했지만,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폭발력 있는 '한 방' 없이 다소 무난하다는 평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수가 바뀐 여야가 지난 9년간의 습성을 벗지 못해 스스로 어색한 것이라는 지적과 정부 차원의 적폐청산 이슈에 밀렸다는 분석, 야권의 전략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적폐청산' vs '신(新) 적폐청산' 프레임으로 맞붙었지만…글쎄?
이번 국감은 이전 정부의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여당과 출범 5개월의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는 야당의 입장이 혼재돼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새로운 대형 폭로가 없었고, 한국당의 '신적폐 맞불작전'은 설득력이 약했다.
이 때문에 국감장은 '국정 공방'의 무대가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청와대가 발표한 '세월호 보고시점 조작'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 공개를 두고 여야가 격렬히 맞붙었다.
방송통신위 국정감사장에서는 국정원 등 전임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언론개입이라는 큰 쟁점이 있었지만 핵심 증인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결국 '맹탕'으로 끝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날 선 대립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중량급 증인 출석도 무산되면서 김이 빠졌다. 중차대한 당면 현안이 산적한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민주당 요청)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한국당 요청)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시도했으나 여야 합의 실패로 무산됐다.
◆뒤바뀐 공수…여당 티 못벗은 야당, 야당 티 못 벗은 여당
이번 국감은 9년만의 정권교체 후 처음으로 진행된 것이라 여당과 야당 모두 스스로 '어색한 티'를 내고 있다고 정치권은 평가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국감장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야당' 의원님들, 계속 이렇게 잡담하면 저도 계속 잡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저희 '여당'인데요"라며 맞받아 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후유증에 여야가 바뀐 지 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진행이 되고 있다"며 "이전 정부의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여당과 출범 5개월의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는 야당의 입장이 혼재돼 맞서는 무대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감 자료를 준비하는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도 "(여당은) 그동안 정부의 비위 등을 폭로하는 게 몸에 뱄다. 야당 의원실 보좌진들은 방어만 하다 공격을 하려니 어려운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당 체제에서 4당 체제로 바뀐 탓도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경우 중도정당으로서 정책국감으로 존재감 부각에 나서야 하는데,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양당에 밀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매일 '오늘의 국감의원'을 선출해 국감 성과를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적폐청산 작업'에 밀려…"나올 건 다 나왔다"
정권교체 이후 정부가 본격적으로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비교적 국감이 가려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은 조사가 진행중이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예정돼 있는 등 빅이슈는 국회가 아닌 검찰과 법원에서 터지고 있는다는 것.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의 '정치 댓글' 활동과 관련해 여당 측 폭로가 잇따른 국방위 국감에선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재조사해 추가로 확인되는 것이 있다면 확실히 처벌하겠다. 사이버사령부를 완전히 개편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에 "지금 국회보다는 오히려 정부가 정권을 잡아서 이전 정권의 비리를 터트리는 과정에 있다"며 "국정원의 어떤 잘못된 품행이나 세월호 30분 보고 조작 의혹 등 이런게 터지니까 국감이 묻힌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