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파행 또 파행'… 국감서 무슨 일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가 파행됐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국감이 무산된 뒤 국감장이 텅 비어있다. /종로=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된 지 이틀째인 13일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상임위 별로 여야 공방이 격화되면서 파행되는 상임위도 발생했다. 일각에선 "여야가 '정쟁'만 벌이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국회는 이날 13개의 상임위에서 국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의 상임위에서는 여야가 강하게 대립하며 파행이 벌어졌다.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교문위, 개회 지연

먼저 교문위는 이날 1시간 넘게 개회가 지연됐다. 오전 10시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파행의 여파로 늦춰진 것이었다.

전날 교육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감에선 여야가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 설문조사 원본 열람'을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파행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설문조사 원본 열람을 요구했으나 여야 4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정면충돌까지 일어난 것이었다. 결국 유성엽 교문위원장과 한국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언쟁을 벌이다가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감정이 격화되기도 했다.

그렇게 산회한 교문위는 다음날인 이날도 파행이 예상됐다. 하지만 여야는 애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1시간 20분이 지나 겨우 문체부 대상 국감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한 뒤 정상 개회했다.

국회는 이날 13개의 상임위에서 국감을 가동했으나 여러 곳에서 파행이 벌어졌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김이수 헌재소장권한대행의 자격 문제를 놓고 벌어진 여야의 다툼으로 파행돼 국감장이 텅 비어있다./종로=이새롬 기자

◆법사위, 野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반발…국감 무산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국감이 계획돼있던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 헌재에서 개회됐으나 곧바로 무산됐다. 여야가 청와대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결정을 놓고 정면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와 관련해 일제히 비판했다. 개회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라는 지칭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권한대행은커녕 헌법재판관 자격도 없는 사람의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재적인원 과반이면 탄핵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여당도 반박에 나섰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이수 권한대행은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심판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생명권을 강조한 두 재판관 중 한 명”이라며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헌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소장 공백이 장기화할 때 이를 문제로 삼아야 한다. 업무보고 자체를 안 받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따졌다.

결국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한 뒤 여야 4당 간사 회의를 소집했고 회의 종료 후 회의가 무산됐음을 알렸다. 권 위원장은 "여야가 협의에 이르지 못해 오늘 국감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행안위, 野 '검찰개혁위' 녹취록 제출·증인 출석 요구 놓고 고성

경찰청을 대상으로 실시된 행안위 국감도 개회된 지 50분 만에 파행됐다. 여야는 경찰개혁위원회 및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녹취록 제출과 증인 출석 요구 등을 놓고 맞붙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경찰개혁위 회의록과 녹취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모두 거부당했다.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라면서 경찰개혁위 위원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검찰 장악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개혁위가 국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검찰개혁위를 옹호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경찰개혁위원회 위원들을 좌파라고 규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위원 개개인의 사적인 발언을 제출하라는 건 옳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내부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따졌다.

결국 의견이 대립되던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다가 감사개시 50분 만에 국감은 파행됐다. 이후 국감은 오후 2시가 돼서야 속개됐다.

멈춰있는 법제사법위원회 헌재 국감장 초시계. /종로=이새롬 기자

◆농해수위, '세월호 최초 상황보고 조작 의혹' 관련 공방

농해수위 해양수산부 국감도 오후 동안 잠시 파행을 겪었다. 전날 청와대가 '세월호 최초 상황보고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강하게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이 "충격적"이라며 해수부를 향해 추가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본인 추측으로 브리핑했다"며 "정치적 행동을 한 것을 보면 가볍고 경망스럽다는 생각이 안 드나"라고 따졌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어제 대통령비서실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한 것과 관련, 농해수위에서 해야 할 이야기인가. 정치공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고, 해수부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상임위원회의 일"이라며 "세월호는 끝난 문제가 아니기에 진실을 가로막는 부분에 있어 해수부도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당연히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후 공방이 거듭되다가 민주당 소속 설훈 농해수위원장이 "초동단계만 대처를 잘 했어도 300명이 넘는 사람을 살릴 수 있었는데, 보고가 9시 30분이었느냐 10시였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힌 것이 파행으로 이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거세게 반발했고 설 위원장도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맞섰다. 결국 국감장 내에선 고성이 오갔고 설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한편, 각 상임위는 16일도 국감을 이어간다. 법사위는 법무부를, 정무위는 금융위를, 기재위는 관세청을, 과기위는 원자력안전위를, 교문위는 문화재청을, 국방위는 합참을, 행안위는 소방청을, 농해수위는 농촌진흥청을, 산기위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복지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국토위는 한국 감정원을 대상으로 각각 국감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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