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경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여)의 구속 만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이 병원 진료 기록을 받은 것이 석방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9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에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공식 요청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만기(최대 6개월)가 지나면 석방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원이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밤 12시 이후엔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
◆ 檢 "16일까지 증인신문 종료 불가" vs 朴측 "이미 끝난 사건"
검찰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 필요성에 대해 "제출한 증거에 박 전 대통령 측이 부동의 해 아직 증인신문이 종료되지 않았다"면서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선 다수 증인에 대한 신문이 필요하다. 10월 10일부터 30일까지 27명의 증인을 신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0월 16일까지 증인신문을 종료할 수 없다"며 "국정농단의 정점인 사안이라 중요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추가 증거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추석 연휴 직전에 A4용지 280장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SK와 롯데 사건은 이 재판부에서 핵심 사안으로 심리가 끝났다"며 "영장은 구속된 수사의 필요성에 따라 발부되는데 이미 끝난 사건에 대한 영장발부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유 변호사는 최근 서울 성모병원을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의 진단서와 진료 기록 등을 받아 갔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생활 중 ▲발가락 부상 치료 ▲허리 통증 ▲소화 기관 문제 등을 이유로 성모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불구속 재판을 받기 위한 밑그림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이에 유 변호사가 진단서 등을 뗀 것도 같은 맥락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건강 악화 이유로 불구속 될까?…이재현 CJ 회장 케이스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을 면한 케이스가 있을까?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완벽히 같은 경우의 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비슷한 경우가 있다. 바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지난 2013년 7월 이 회장은 검찰에 1600억 원대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1·2심에 파기환송심까지 거치는 3년 1개월간 이 회장이 건강 악화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거나 연장한 횟수만 10번이다. 구속집행정지는 구속된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하는 등 일종의 조건부 구속정지다.
이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재판 도중 건강 악화를 호소해 재판이 휴정된 바 있고, 구속 생활 중에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 회장의 경우는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로 인해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건강이 악화된 케이스다. 이후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수감 중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근육 위축·소실 속도가 빨라 젓가락질을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당시 CJ그룹은 "이 회장의 종아리 근육은 2012년 말(구속 전) 대비 26%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이 이 회장은 약물치료, 응급실 긴급 호송, 근육량 감소 등 객관적인 증거로 자신의 건강 악화 상태를 입증했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병원 진료, 진단서 등을 떼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맥락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는 김세윤 부장판사는 연휴가 끝나는 10일 박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늘릴지 심리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가능성, 도주 우려 등을 짚어보며 양 측의 의견 진술을 바탕으로 직권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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