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정치인의 경우 지역구 주민들과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건강과 민심,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이 산에 오르는 까닭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 번에 많은 지지층이 모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고, 등산 후 간단하게 음주를 하면서 결속도 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계에 알아주는 등산 마니아인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정략적인 이유에서 산에 올랐다. 군정(軍政) 종식을 위해 싸우던 1980년대 민주화 동지들과 함께 민주산악회(이하 민산)를 조직했고, 이 모임은 향후 그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실제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수 비서실장은 201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산'과 관련 "YS가 가장 외로울 때 곁에 있었다"고 회상하며 "문민정부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된 조직이다. 현재도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직 의원 가운데 민주산악회의 구성원이었던 인물 중 대표적 정치인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YS 밑에서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 식구로, YS의 오른팔이던 고(故) 김동영 전 의원 집에 입주과외를 하며 상도동을 들락거렸다. 뿐만 아니라 민주산악회가 등반할 때 '짐꾼' 노릇도 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등산 마니아다. 지난 7월 강원도 평창 휴가지에서 오대산에 올랐고, 앞서 5월과 지난달 9일 각각 기자들, 반려견(토리와 마루) 등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거나, 정국 현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할 때 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정략적으로, 또는 개인적 이유로 산에 오른다. YS와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산과 인연이 깊은 정치인으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있다. 그는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안식처로 산을 선택했다.
손 고문은 전남 강진에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 인근 흙집(토굴)에서 2년 2개 월간 칩거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무소속)의 지원군인 문병호 전 의원 등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로부터 끝없는 구애를 받았지만 '부동'이었다. 산행과 냉수마찰로 자신만의 '참선(參禪)'을 행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어 올 2월 국민의당에 입당해 경선에 나섰지만, 안 대표에게 패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친위 조직 '표준 산악회'를 조직, 운영하고 있다. 구·군별로 100명 이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2000명이 넘는 대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가 직접 부산에 등산회를 조직하게 된 계기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헌승 부산시당 위원장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5·9 대선 당시 부산 서면과 북구 덕천동에서 장외 유세를 펼쳤지만, 인력 동원과 홍보 등 현실적인 지원이 미미했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에 있을 총선, 차기 대권 등을 고려하면 영남 최대 도시인 부산에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최근 친홍(親홍준표)계 인사로 급부상한 이종혁 한국당 최고위원이 부산시장 출마할 경우 당내 경선 때 '표준 산악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인의 경우 지역구 주민들과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강과 민심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긴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우라나라 인구 중 1/3 정도가 산을 좋아한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아닌가"라며 "등산 후 간단하게 음주를 하면서 지지층 결속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분석처럼 지난 8월 문경 용추계곡 산행을 진행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려 500여 명의 회원과 함께 했다. 장 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각자 준비한 음식도 함께 하며 동지애를 나웠습니다"며 "어떤 상황에도 저를 믿어주고 굳건히 지지해주는 부모와 같은 고마운 회원님들은 소신껏 정치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저의 가장 든든한 '빽'입니다. 사랑합니다"고 감사를를 전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골프보다 서민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등산을 즐기는 정치인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