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역대 등산 마니아 정치인은?…이들은 왜 산에 오를까

1986년 민주산악회 초창기 시절 김영삼(가운데) 전 대통령과 김무성(오른쪽) 바른정당 의원 모습. /김무성 의원실 제공

[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정치인의 경우 지역구 주민들과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건강과 민심,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이 산에 오르는 까닭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 번에 많은 지지층이 모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고, 등산 후 간단하게 음주를 하면서 결속도 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계에 알아주는 등산 마니아인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정략적인 이유에서 산에 올랐다. 군정(軍政) 종식을 위해 싸우던 1980년대 민주화 동지들과 함께 민주산악회(이하 민산)를 조직했고, 이 모임은 향후 그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실제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수 비서실장은 201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산'과 관련 "YS가 가장 외로울 때 곁에 있었다"고 회상하며 "문민정부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된 조직이다. 현재도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직 의원 가운데 민주산악회의 구성원이었던 인물 중 대표적 정치인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YS 밑에서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 식구로, YS의 오른팔이던 고(故) 김동영 전 의원 집에 입주과외를 하며 상도동을 들락거렸다. 뿐만 아니라 민주산악회가 등반할 때 '짐꾼' 노릇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31일 강원 평창 오대산에 오른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시민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도 등산 마니아다. 지난 7월 강원도 평창 휴가지에서 오대산에 올랐고, 앞서 5월과 지난달 9일 각각 기자들, 반려견(토리와 마루) 등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거나, 정국 현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할 때 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정략적으로, 또는 개인적 이유로 산에 오른다. YS와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산과 인연이 깊은 정치인으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있다. 그는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안식처로 산을 선택했다.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전남 강진에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 인근 흙집(토굴)에서 2년 2개 월간 칩거했다. /문병희 기자

손 고문은 전남 강진에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 인근 흙집(토굴)에서 2년 2개 월간 칩거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무소속)의 지원군인 문병호 전 의원 등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로부터 끝없는 구애를 받았지만 '부동'이었다. 산행과 냉수마찰로 자신만의 '참선(參禪)'을 행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어 올 2월 국민의당에 입당해 경선에 나섰지만, 안 대표에게 패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친위 조직 '표준 산악회'를 조직, 운영하고 있다. 구·군별로 100명 이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2000명이 넘는 대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부산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표준 산악회를 조직하고 있다. /더팩트DB

홍 대표가 직접 부산에 등산회를 조직하게 된 계기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헌승 부산시당 위원장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5·9 대선 당시 부산 서면과 북구 덕천동에서 장외 유세를 펼쳤지만, 인력 동원과 홍보 등 현실적인 지원이 미미했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에 있을 총선, 차기 대권 등을 고려하면 영남 최대 도시인 부산에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최근 친홍(親홍준표)계 인사로 급부상한 이종혁 한국당 최고위원이 부산시장 출마할 경우 당내 경선 때 '표준 산악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인의 경우 지역구 주민들과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강과 민심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긴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우라나라 인구 중 1/3 정도가 산을 좋아한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아닌가"라며 "등산 후 간단하게 음주를 하면서 지지층 결속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월 500여 명의 회원과 산행을 마친 직후 페이스북에 저를 믿어주고 굳건히 지지해주는 부모와 같은 고마운 회원님들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신 교수의 분석처럼 지난 8월 문경 용추계곡 산행을 진행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려 500여 명의 회원과 함께 했다. 장 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각자 준비한 음식도 함께 하며 동지애를 나웠습니다"며 "어떤 상황에도 저를 믿어주고 굳건히 지지해주는 부모와 같은 고마운 회원님들은 소신껏 정치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저의 가장 든든한 '빽'입니다. 사랑합니다"고 감사를를 전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골프보다 서민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등산을 즐기는 정치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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