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스토리<하>] 춘추관엔 남탕만 있다?…'BMW족' 출퇴근 방법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은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완공됐으며 4개층으로 구성됐다. 지난 8월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호영 경호처장이 문 대통령 취임 100일 맞아 진행된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다. 나라 정책 입안과 결정을 하는 국가 최고의 컨트롤타워다. 국가 수반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이를 기록으로 담는 곳이 바로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이다.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내 춘추관 일상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구중궁궐' 내 춘추관(春秋館)의 올해 나이는 27세다.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90년 9월 완공했다. 역사적 나이는 고려와 조선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임금의 언행·정사와 백관의 잘잘못을 엄정하게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춘추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등 4개층으로 구성됐으며, 주위 경관과 잘 어울리도록 맞배지붕에 토기를 올려 전통적인 멋을 살렸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 300여명이 출입한다. 1·2층 기자실과 브리핑룸에서 머물며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과 국정 현안 등을 취재·보도한다. 예전에는 비서동인 위민관(현 여민관) 안에 기자실과 기자회견장이 있었는데, 장소가 좁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춘추관을 새로 지었다.

출입기자들 사이 눈길을 끈 공간은 지하1층과 지상3층이다. 지하1층은 기관실 및 사우나실, 3층엔 소규모 헬스장을 갖추고 있다. 작은 면적의 사우나에선 밤낮없이 일한 기자들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이 잠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때로 '은밀한 뒷얘기'가 오간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 17일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 당일 여민관 내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전병헌 정무수석./청와대 제공.

그런데 이 공간들은 모두 '남성 전용(?)' 시설이다. '남탕'만 있다. 이는 과거 언론계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란 추측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출입기자는 지금의 약 4분의 1 수준인 7~80명 정도였고, 이 가운데서도 여성은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설을 이용한 남성 기자는 "처음에 문이 활짝 열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즉, 과거부터 남성들이 주로 이용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하나 이색적인 풍경은 출퇴근 방법이다.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는 'BMW(Bus·Motor·Walk) 족'이다. 차량이 지원되는 건 차관급인 수석비서관·보좌관 이상이며, 주차 공간 또한 협소하다. 기자들도 동병상련이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입구는 관람객과 기자들이 이용하는 춘추문과 직원 출입구인 연풍문, 국무위원 등 극소수가 드나드는 정문(이른바 11문) 등이 있다.

여러 교통 수단 가운데 청와대 직원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것은 바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연풍문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bus)로 알려져 있다. 경내에 사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인근 청운동 모 빌라에 거주하는 비서진들은 걸어서(Walk) 출근한다. 기자들은 자가용(Motor)을 이용하거나 청와대 인근 총리공관 앞에서 마을버스를 탄다. 일찍 출근해야하는 기자와 청와대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이용 수단은 택시다.

한편 청와대의 총 면적은 25만 3,505㎡다. 본관과 관저, 여민관, 영빈관, 춘추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본관은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는 건물이며, 1989년 22명의 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 1991년 9월 4일 신축됐다. 본관 서쪽 별채엔 국무회의 등이 열리는 세종실, 동쪽 별채엔 중규모 오찬·만찬이 열리는 충무실이 있다.

관저는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형태는 전통한식(본채는 八作지붕의 겹처마에 청기와를 얹은 'ㄱ'자형 지붕 형태)이며 구성은 본채·별채·대문채·사랑채·회랑으로 되어 있다.

지난 8월 1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맞아 진행된 청와대 오픈하우스에 참석한 출입기자단이 청와대 본관을 둘러보고 있다./청와대 제공

비서동인 여민관(1~3관)은 본관과 직선거리로 500m 떨어져 있다.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은 여민관 3개동에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본관에서 대통령이 참모를 부르면 자동차로 5분, 뛰어가면 15분이 걸린다. 체력 소모 탓에 "킥보드라도 마련해야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자 취임 후 여민 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영빈관은 말 그대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이 방문했을 때 공식행사장으로 이용되거나 100명 이상 대규모 회의 및 연회를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빈관에 세월호 유가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등 국민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지기도 했다. 2층에도 1층과 똑같은 홀이 있는데 1층은 접견장으로, 2층은 만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베일에 싸인 청와대 내 '비밀의 문(門)'은 지난 8월 17일 열렸다.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는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집무실을 출입기자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공개했다. '소통'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이른바 '오픈하우스' 행사였다. 흰색 셔츠 차림의 문 대통령은 기자들을 직접 맞이했다. 지난 5월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등 집무실 공간에 대해 설명했고, "출·퇴근 시간이 언제냐" 등의 질문에도 "추가 근무를 해야겠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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