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김경진 기자] "추석 연휴 같은 휴가철에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최장 열흘 간의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어차피 반려동물을 버릴 사람들은 어떻게든 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책임한 반려동물 입양과 위탁 시설 부족 등으로 명절과 휴가철 때마다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데, 이번 추석 연휴는 '역대급 황금 연휴'에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팩트>는 추석 연휴 등 휴가철 기간에 증가하는 유기동물의 원인과 현 상황,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없는지 살펴봤다.
◆ 통계로 나타나는 유기동물 수…가장 집중된 기간은 '연휴'
지난달 29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를 제공하는 사이트 '포인핸드(PAWINHAND)'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9일까지 총 272일간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7만 5982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중성화 수술 후 방사된 일명 '길고양이' 등을 제외한 숫자로 하루 평균 약 280마리의 반려동물이 구조된 셈이다.
기간을 좁혀 살펴보면 구정 전후(1~2월) 1만 843마리, 여름휴가 기간(7~8월) 2만 2054마리로 지금까지 구조된 총 유기동물의 43.45%가 연휴 전후에 구조됐다. 또한 지난 5월 '황금 휴가' 기간(5월 1~9일까지)에는 총 2908마리의 유기동물이 구조됐다. 사람들에게는 황금 연휴였지만 일부 동물들에게는 '두려운 연휴'가 된 셈이다.
수치에 나오는 모든 유기동물이 고의로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부 유기동물은 부주의 등 실수로 인해 버려지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수가 많진 않다. 연휴 기간에 생기는 유기동물들은 대부분이 버림 받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유기동물 7만 5982마리(1월 1일~9월 29일까지) 중 14.5%인 1만 1061마리만 가족에게 돌아갔다. 100마리 중 14마리가 원래 주인의 품에 돌아간 것이다.
◆ 반려동물 버리는 이유는?…'호텔링 서비스 등 부족과 무책임함'
연휴와 휴가철에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임시 위탁 시설 부족과 펫시터(펫과 베이비시터의 합성어)의 낮은 인지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케어' 관계자는 "명절처럼 쉬는 날이 길어지면 사람들 대부분은 애견카페·호텔 같은 '호텔링 서비스'만 찾는다"며 "이 서비스는 비용도 비싸 부담스럽고 보호자가 원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이번 추석 연휴 같은 명절·휴가철 기간에는 예약이 몰려 이용이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 어디에 맡기기 귀찮아서, 그리고 힘들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펫시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호텔링 서비스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면서 "애견 카페·호텔에 맡기는 것보다 저렴하므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반려동물을)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적은 것도 유기동물 발생 주요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책임감 없는 반려동물 입양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에 대한 전문지식 등 사전 준비 없이 '단순한' 애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수많은 애로사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반려인들이 선택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귀찮고 어려워서 결국 유기를 선택하는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케어에서) 작년 지자체 보호소 조사 결과, 가장 많이 버려진 동물 세 번째가 토끼다"면서 "토끼는 개, 고양이보다 더욱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인데 이를 모르고 무분별하게 입양한 사람들이 많이 버리게 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100만 원 이하인 과태료를 3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동물보호법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 대해 중성화 혹은 예방접종 등 진료비용에 대해 정부가 50% 지원하는 내용도 추가할 예정이다.
namubo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