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넓고 넓은' 지역구…국회의원 어떻게 추석 민심 탐방할까

정치인들은 추석과 같은 명절이 오면 시장, 지역을 돌며 민심 탐방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방학동 도깨비 시장을 돌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방학동=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추석과 같은 명절이 오면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지역구를 돌며 인사를 하고 민심 탐방에 나선다. 그러나 의원마다 사정은 다르다. 지역구 면적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의원은 단 하루면 지역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많은 지역구민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원은 3~4일을 다녀도 지역구를 다 돌지 못한다.

우리나라 지역구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은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5965㎢나 된다. 이는 49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서울시(605㎢)의 10배에 가까운 면적이다. 반면 면적이 가장 좁은 곳은 서울 동대문을이다. 불과 6.01㎢다. 두 지역구의 면적은 993배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지역구 면적이 넓은 의원들은 어떤 방법으로 민심 탐방에 나설까. <더팩트>가 상대적으로 지역구 면적이 넓은 의원의 몇몇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추석민심 탐방에 나선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은 전남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다. /윤 의원 페이스북

◆지역 연락처장 이용하는 것이 ‘노하우’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3개의 군으로 이뤄져 있다. 육지 면적만 서울의 2.7배가 되고, 바다면적까지 포함하면 4배나 된다. 게다가 수많은 섬들이 있다. 윤 의원은 명절이 되면 주로 장애인 단체, 요양원, 해양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 잔치에도 참석한다고 했다. 지역 축제에는 지역구민의 상당수가 모이기에 민원 청취에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민심 탐방 노하우는 각 지역에 있는 연락처장들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지역의 행사장 등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을 아는 연락처장들의 도움으로 효율적으로 동선을 짤 수 있다고 했다. 또 평소에는 일정이 겹쳐 행사를 찾아가지 못하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사전에 그곳을 찾아 간담회를 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인다고 했다.

윤 의원은 "최남단에 위치한 지역구까지 이동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애로사항을 내놓으면서도 "가능하면 많은 분들과 접촉해 많은 말씀을 들으려고 한다. 보지 않으면 모른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있다)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당원·서민 목소리 경청

두 개의 시와 한 개의 군으로 이뤄진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주로 먼저 당원, 당 원로, 군의원, 시의원들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다음으로는 수산센터, 재래시장 등을 방문한다고 했다. 경로당, 시장, 당원 모임, 택시승강장 등은 그가 꼭 찾아가는 곳이라고 했다. 그가 공개한 지역구 민심 탐방 노하우는 집중적으로 당원과 서민들의 목소리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일이 추석 민심 탐방 일정을 공개한 김 의원의 하루는 매우 길었다. 다음날은 또 다른 지역을 찾아 똑같은 일정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지역 경로잔치를 찾아 인사말 전하는 박덕흠 한국당 의원. /박덕흠 의원 페이스북

◆“일과 70%가 동선 짜는 일”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인천 전체의 69%를 차지하는 인천 시내 최대 면적을 가진 지역구로 육지 면적만 723㎢다. 서울보다도 100㎢ 이상 큰 크기다. 그러나 이곳 역시 여러 섬들로 이뤄져 있어 실제 면적은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옹진군에는 섬이 130개나 된다.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할 당시에도 "지금도 방금 한 곳을 들러 인사를 드리고 이동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평소에는 전화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열심히 다니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과의 70% 이상이 동선을 짜는 것인데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 어떻게 시간을 절약하느냐를 고민한다"고 했다. 철저한 계획 아래서 효율적으로 민심 탐방을 다니는 것이 그의 노하우였다.

그는 몇 가지 애로사항도 전했다. 그 중 하나가 섬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지역구는 다해봐야 2~3일이면 골목까지 다 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백령도까지 가는 배편도 1박 2일에 한 번 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구민 모이는 시장 방문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을 지역구로 둔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도 몇 가지 노하우를 전했다. 그는 "다 가 볼 수는 없지만 우선 장에 가면 지역 주변에서 나오신 분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면서 "둘러보면서 주변 노인정을 방문하거나 행사가 있으면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역구를 다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3~4일 정도라고 했다.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4개의 군을 지역구로 둔 박덕흠 의원도 "군 단위 장날을 다니면서 탐방을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4일을 다녀야 지역구를 다 돌 수 있다고 했다. <더팩트>와 통화를 하던 당시에도 시장을 둘러보고 있던 박 의원 주변에선 시끌벅적한 지역구민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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