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아현동·공덕동=김경진 기자]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하는 '응급의료 포털(E-Gen)'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홍보문구다. 국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응급의료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이 사이트와 스마트폰 이용자 편의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은 설날과 추석 등 연휴가 시작되기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이 소개된다. 올해도 최장 10일간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아플 땐 'E-Gen'을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과연 복지부의 홍보대로 'E-Gen'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까.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1~29일까지 20일 간 스마트폰 위치기반의 'E-Gen' 앱을 직접 이용해 병·의원들의 주소, 전화번호, 진료 시간 등을 확인해봤다. 대상 위치는 아현역과 공덕역, 갈매역 등 주변 병·의원이고, 미용 목적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은 제외했다.
◆ 'E-Gen', 있어야 할 병원이 없고 주소·연락처 등 기본 정보 틀리기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앱 상에 있어야 할 병원이 없는가 하면, 8차선 도로 위에 병원이 있는 걸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앱 검색 결과 병·의원 상호와 주소는 있지만, 지도상에는 없는 의료시설도 허다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앱을 재실행하거나 재검색할 때마다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인지 상당수의 이용자들은 앱을 다운 받은 구글스토어 후기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디 로**은 "최악의 어플"이라고 평가했고 아이디 서**는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119로 전화하는 게 빠르겠다(그**)"면서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휴 기간 국민의 의료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응급의료기관 및 의료기관의 진료 정보를 수집해 대국민 정보제공 서비스를 응급의료포털(E-Gen) 홈페이지와 'E-Gen'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는 정부의 홍보를 무색케 했다. 응급 상황에서 스마트폰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응급의료정보(E-Gen)' 앱을 이용해 주변 병·의원 등 의료시설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실제 어떤 오류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앱을 시연해봤다. 먼저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깔고 'E-Gen' 앱을 실행하면 메인화면이 뜬다. 이 화면은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과 전국 병·의원, 약국, 달빛어린이병원,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 응급처치 방법 등 총 8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에 영업 중인 의료시설도 찾을 수 있다.
취재진은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아현시장을 중심으로 주변 병·의원을 조회했다. 그 결과 병·의원이 밀집된 빌딩 3곳이 눈에 띄었다. 앱 상에는 약국 포함해 모두 7개의 의료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빌딩으로 가서 실제 병·의원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앱이 알려준 빌딩들에는 총 7곳이 아닌 13곳의 의료시설이 있었다. 병·의원 등 의료시설을 한 곳씩 확인해 보니 해당 빌딩에 있어야 할 병원 한 곳이 없었다. 앱에 적시돼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해 보니, 전화번호와 상호는 일치했지만, 해당 병원의 실제 위치는 아현역이 아닌 이대역 인근이었다. 취재진은 '혹시 최근에 자리를 옮긴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에 해당 의원 측에 '아현역에서 이대역으로 이사했냐'라고 묻자 병원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E-Gen'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재검색·재실행 때마다 다른 정보 제공하기도
'E-Gen'의 오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앱 검색을 통해 병·의원 등 의료시설의 상호와 주소는 정확했지만, 지도상에는 없는 의료시설도 있었다. 아현동 A빌딩에 있는 Y내과, 아현Y정형외과, O한의원 등은 앱 검색에선 존재했지만, 지도상에선 보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앱을 재실행하거나 재검색할 때마다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앱을 실행했을 때 지도상에는 A의원이 표시되지만 재실행할 때는 B의원 또는 C의원이 보였다. 앞서 언급한 지도 상에 없는 병·의원들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예를 들어 Y내과를 검색했으나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3~4번 이상 재검색을 하다보면 앱에 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 정상영업中? 앱 상에 증발…8차선 도로 위 병원까지
게다가 진료시간이나 요일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누락되거나 틀린 경우도 있었다. 앱에서 '공휴일 진료 가능'이라고 표시됐지만 실제 진료를 하지 않는다거나, 등록된 전화번호가 달라 앱으로는 연결이 불가능한 점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앱을 통해 M치과병원을 검색한 결과, 앱과 홈페이지의 지도상에 해당 병원이 8차선 도로 위에 나타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었다. GPS시스템의 오차 범위(최대 10m)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은 인근도 아닌 중구 중림동(충정로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앱 상에 소개된 해당 치과의원의 연락처로 전화해보니 "10년 전부터 충정로역 인근에 있었다"고 했다.
앱 사용에 대한 불편함도 있었다. 앱 상에서 병·의원을 나타내는 '표시'들이 겹쳐있어 원하는 의료시설을 누르기 매우 어려웠다. 노약자나 손끝이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앱 이용에 더욱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듯했다.
◆ 복지부 "전수조사 통해 정보 최신화"…강제성 없는 업데이트 과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해당 앱을 관리하는 복지부의 '방임'이 가장 큰 문제인 듯했다. 이 앱의 최근 업데이트 날짜는 지난 1월이다. 9개월 간 정보가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고 내버려 둔 셈이다. 게다가 정보 업데이트를 사실상 병·의원 측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해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다.
이 같은 정보 오류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주기적으로 명절 기간 전에 의료기관 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앱 개발 취지를 고려하면 공휴일 진료 여부와 진료시간 등은 복지부에서 확인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실 병·의원들이 입력한 정보의 진위 여부까지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국 200개 넘는 보건소를 통해서 각 병의원들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정보 업데이트를 이뤄낼 것"라며 "추석 연휴 전까지는 전수조사를 끝낼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복지부는 <더팩트>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인 지난 14일 의료기관 진료시간 전수조사 안내' 공문을 내고, 병·의원들의 자발적인 정보 업데이트를 촉구했다. 하지만 29일 <더팩트>가 확인한 결과, 여전히 응급의료정보제공 앱 'E-Gen'의 오류는 수정되지 않고 있었다. 오류 수정이나 정보 업데이트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탓에 복지부가 장담한 추석 연휴까지 해당 오류들이 수정될 지는 미지수다.
"연휴 기간 응급의료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겠다"는 응급의료정보 앱 'E-Gen'은 오히려 이용자들의 불편만 가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