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경진 기자] 28일 법조계에서는 동업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일명 '통영 40대 여성 토막살인범'의 재판과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차정섭(66) 함안군수의 재판, 전기 쇠꼬챙이로 도축하는 일명 '전살법'으로 개를 도살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농장주 A(65) 씨의 무죄 선고 등이 주목을 끌었다.

○…동업 40대女 토막살인범 '무기징역' 선고

창원중앙지법 통영지원 제1형사부(권영문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및 사체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8)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경남 통영 시내 한 빌라에서 동업관계인 정모(47·여) 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토막내 아이스박스 3개에 나눠 담아 빌라 1층 보일러실에 두고 달아났다.

김 씨는 숨진 정 씨에게 투자한 3억 원을 날리게 됐고, 정 씨가 자신을 무시한 것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정 씨가 살던 집주인에게 전세금 6000만 원을 돌려받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씨가 정 씨를 살해하고 시신 훼손 방법이 매우 잔인하다"면서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고, 이런 엽기적인 범행은 생명 존중이란 사회의 기본적 가치관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차정섭 함안군수, 징역 9년 및 벌금 5억 2000만원 선고

창원중앙지법 제4형사부(장용범 부장판사)는 이날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 군수에게 징역 9년과 벌금 5억 2000만 원, 추징금 3억 6000만 원을 선고했다.

차 군수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안모(58) 씨에게 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지방선거 전 지인들에게 빌린 선거자금 2억 1000만 원을 부동산 개발업자 전모(54) 씨가 대신 갚아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다. 함안상공회의소 회장 이모(71) 씨에게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차 군수가 거액의 비용을 무리하게 사용한 뒤 선거 빚을 갚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면서 "산업단지와 같은 특혜를 주려 시도했으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계속하고 제3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전살법' 이용해 개 도살한 농장주 '무죄'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8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농장주 A(65) 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전기 쇠꼬챙이를 이용해 연간 30여 마리의 개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잔인한 방법이란 동물의 공포와 스트레스 등 더 많은 고통을 느낄 것으로 인정되는 방법으로 엄격히 한정 해석해야 한다"면서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동물의 도살 방법에는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해당 법 시행규칙에도 전살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에 재판부는 "전기 쇠꼬챙이로 감전시키는 도축 방법은 법령이 정한 전살법의 일종"이라며 "A씨가 전살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잔인한 방법을 사용해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동물보호단체들은 1심 판결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서명한 탄원서, 5차례에 걸친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날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의 판결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고, 대한민국의 법원이 동물보호법을 어떻게 말살했는지를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namubo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