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트럼프 vs 리용호 '말폭탄' 점입가경…말 아끼는 靑

최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서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말을 아끼며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25일(이하 현지 시각)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 외무상은 숙소인 밀레니엄호텔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입장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는 지난 주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했다"면서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 전략폭격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 시각에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과 트럼프 대통련 간 설전은 지난 19일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 정권을 '타락한 정권'(depraved regime)이라고 규정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표현했다.

리 외무상은 즉각 반격했다. 이틀 뒤인 21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수속 호텔 앞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개가 짖어도 행렬(行列)은 간다'는 말이 있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개가 짖는 소리로 우리(북한)를 놀라게 하려고 생각한다면 개꿈이나 같다"고 반박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역시 22일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여기에 리 외무상은 역대급으로 수위를 더 높였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그는 트럼프를 '정신이상자', '악통령' 등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는 유엔 무대까지 돈과 칼부림 밖에 모르는 깡패들의 란무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트럼프와 같이 과대망상과 자고자대가 겹친 정신이상자…(중략)…오늘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72회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회담을 가졌다./청와대 제공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반영했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당일 '죽음의 백조'(swan of death)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우리나라 공군 지원 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를 놓고 정부가 미국 측의 군사 행동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군사적 코리아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한국 시각) 저녁 서면 논평을 통해 "전략폭격기의 NLL 이북 공해상 비행훈련이 진행되는 전 과정이 한미 공조 하에 진행됐다"며 "NLL 이북의 공해상 작전과 관련해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공조는 물샐 틈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일단 미국과 북한 간 대립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는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리 외무상 입장문에 대한 보도 보고가 있었지만, 이와 관련한 특별한 논평이나 추가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한 이후 더 논의가 없었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또한 더 설명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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