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노 코멘트!(No Comment, 답변하지 않겠다)"
신동주(63)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카페에서 '최근 민유성(63)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과 결별한 이유'를 물은 <더팩트> 취재진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응대했다.
민 회장은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국내 조력자가 없던 신동주 회장을 돕겠다고 나선 인물이다. 그가 경영분 분쟁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의 결별은 '형제의 난' 향방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민 회장과 결별후 대외업무를 맡을 비중있는 새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동주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열리는 '롯데 오너가 비리' 34차 공판에 출석한 후 오후 1시께 1층 카페를 찾았다.
그의 옆은 부인 조은주 씨가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은 여느 평범한 부부처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특히 신동주 회장은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수트 자켓까지 벗은 채 휴식을 취했다. 무엇보다 피의자 신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환한 미소도 지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신동주 회장 부부에게 '민 회장과 결별한 이유' '그가 최근 벌금형 500만 원을 선고받은 데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민 회장은 2015년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목했다'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통제하고 있다' '집무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등의 허위사실을 언론에 퍼뜨린 혐의로 약식 기소됐으며, 지난 21일 대법원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동주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웃으며 "노 코멘트!"라고 일축했다. 대신 부인 조 씨가 "오늘 하루 종일 재판이 있다"면서 "이제 막 (휴정해서) 나왔고, 좀 쉬셔야 할 것 같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동주 회장이 지난달 말 자문계약 해지를 담은 내용증명을 자신의 조력자였던 민 회장 앞으로 보냈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입은 모은다. 무엇보다 '신동주·동빈 형제 경영권 분쟁에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 회장을 소개한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과 친모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등이 중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동주 회장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해 지난 2015년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민 회장에서 손을 내밀었다.
민 회장은 1954년생 동갑내기인 친구의 각종 소송과 여론몰이 등을 이끌었고, 경영권 분쟁 및 롯데가 비리 사건을 도울 법률자문단을 꾸렸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퇴진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졌다.
결정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신동주 회장이 2015년 10월 1일 설립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이 돈 수백억 원이 법률자문단과 민 회장 사모투자펀드 회사(나무코프) 등에 흘러갔음에도 경영권 관련 소소에선 줄패소했다. 게다가 최근 한국 롯데그룹 4개 계열사 분할합병안까지 통과돼 사실상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복귀는 물거품이 됐다.
무엇보다 재계에선 나무코프가 주주로 참여한 'B사 충북 증평 에듀팜리조트 개발사업'에 SDJ코퍼레이션 자금이 흘러간 점도 두 사람의 '결별 원인'으로 주목받는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B사는 현재 충북 증평군 도안면 연촌리 원남저수지 주변 262만㎡에 힐링산책로·수목원·양떼목장·승마체험장·복합연수시설·귀농귀촌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 SPC(특수목적법인)에는 나무코프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로 돼 있다. 1592억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돈은 1329억 원이다. 즉 민 회장 회사 지분 등을 고려하면 신동주 회장 자금이 500억 원가량 투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SDJ코퍼레이션 측은 "민 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측면에 서기 위해서는 SDJ가 한국 내 실적이 있어야 한다'며 투자를 유도했다"면서 "향후 개발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사안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선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우 일본 산사스식품 전무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화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친모도 시게미쓰 하쓰코 씨도 이에 개입했다. 아울러 롯데가 친이척들은 이달 중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