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김이수 낙마'…헌재소장 인선 장기표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새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전 헌법재판소장(헌재소장) 후보자의 낙마로 후임자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선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차기 헌재소장 임명 전까지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헌재소장 공백을 최소화할 강일원(58·14기) 등 현직 헌법재판관 대다수의 남은 임기가 2년이 채 안 되고, 임기가 5년가량 남은 이선애(50·21기·여) 재판관은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이 임명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선택카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하마평에 거론되는 박시환(64·12기)·전수안(65·8기) 전 대법관과 순수 재야인사인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 목영준(62·10기) 전 헌법재판관 등도 고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제외한 현직 헌법재판관 7명 중 4명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이며,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역시 1년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더팩트DB

헌법재판소법 제6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모두 9인이며 이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등이 각각 3인 임명해야 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또 같은 법 12조에는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임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김 전 후보자를 제외한 7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후임자로 지명을 받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가 1년도 되지 않는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경우 임기는 2019년 4월로, 1년 7개월 정도 남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지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여당과 일부 야당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지난 3월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 역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사법 적폐'라는 평가를 받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물이어서 이번 정부의 선택카드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 낙마 다음 날인 12일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당장은)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시환(왼쪽)·전수안 전 대법관이 헌재소장이 되려면 현재 공석인 대통령 지명 몫을 이용해 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후보자로 지명해야 한다. /더팩트DB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통령 지명 몫'을 이용해 임기 6년을 채울 수 있는 재판관을 임명하고, 동시에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역대 대부분의 소장(조규광·김용준·윤영철·이강국)들도 재판관 지명과 동시에 소장 후보가 됐다.

유력 후임자로 참여정부 시절 일명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박시환(64·12기)·전수안(65·8기) 전 대법관 등이다. 다만 두 사람은 신임 대법원 후보군에 올랐을 때도 고사한 바 있어 헌재소장 후보자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회원이자 사무총장과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도 후보군에 속한다. 다만 순수 재야 변호사가 단 한 차례도 재판관에 오른적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는 순수 재야 변호사가 단 한 차례도 재판관에 오른적이 없다는 현실으로 고려하면 사실상 헌재소장에 임명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배정한 기자

이밖에 헌법재판관 출신인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딸 특혜채용 논란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목 전 재판관의 딸은 2014년 12월 선발한 로스쿨 출신 경력판사 합격자 37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합격 조건은 '법조계 경력 3년 이상'이지만 목 씨는 2012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판사들의 재판을 돕는 재판연구원으로 2년을 근무했다. 2014년 3월부터 서울의 한 로펌에 취직해 근무했지만, 법조계 경력을 따지면 2년 9개월차에 합격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출산휴가를 내 변호사를 휴업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 당시 대법원은 목 씨가 경력판사 임용일인 2015년 7월 1일까지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경력일수를 채우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목 전 재판관 때문에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법조계에선 '도돌이표' 하마평에 답답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서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시환 전 대법관 기수(12기)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불과 200명가량이니 맨날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만 거론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시는 자격시험보다 사실상 임용시험에 가까웠다"며 "사시에 합격하면 웬만하면 판·검사가 됐다. 이런 구조였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를 맡을 '경우의 수(인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김 후보자가 낙마할 거라 생각도 못했고, 최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 4명을 추천했지만 한 사람을 제외하곤 (헌재소장에)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협회 산하 사법평가위원회를 소집해 소장 후보자 추천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d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