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진술이 왔다갔다하는 정유라 씨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다."
최순실(61) 씨 측 변호인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해 한 증언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5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71차 공판에선 정유라 씨의 증언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최 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 씨의 증언을 재판부에 '최 씨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한 것을 두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정 씨는 지난 7월 21일 이 부회장 재판에서 "말 '살시도'를 더 타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사자고 했더니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왜 삼성이 나만 지원하느냐'고 묻자 화를 냈다"는 등 최 씨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해 최 씨 측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정 씨의 '오락가락' 증언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씨가 정 씨에게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의 용역 계약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기 때문에 정 씨는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다. 정 씨는 처음에 문제가 된 살시도에 대해 어머니가 직접 산 말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삼성에서 사준 말인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또 자신의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어머니가 소유해서 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등 계속 말이 왔다갔다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 씨는 살시도를 좋아했는데, 살시도가 삼성 말이어서 삼성이 다른 곳에 넘길 것을 걱정한 정 씨가 최 씨에게 살시도를 사자고 보챘다고 한 정황도 있다"며 "정 씨의 증언들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했다. 즉, 삼성에서 제공한 말이라면 왜 정 씨가 살시도를 사자고 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말의 소유권은 삼성에게 있었는데, 삼성의 재산이 별다른 계약서나 합의서 하나 없이 최 씨의 소유권으로 인정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최 씨가 정 씨에게 살시도를 '네 것처럼 타라'라고 한 말의 진의를 정 씨는 알지 못한 채 잘못 이해하고 진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씨 측은 정 씨의 증언이 이뤄진 과정 자체가 '위법'이라며 특검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저희가 특검의 증인신청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지 4일 후에 정 씨가 증인신문에 출석했다"며 "증언이 있던 지난 7월 12일 새벽, 정 씨는 특검의 회유에 집을 빠져 나와 특검 차량에서 10시에 있을 증언 전까지 6~7시간 함께 있었고, 특검은 (그 시간 동안) 정 씨가 변호인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해 방어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당시 특검의 행동에 대해 '위법한 증인소환', '강제소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증인 소환에 의한 증언은 임의성이 결여됐다"며 "이런 방법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검찰은 이러한 선례를 동원해 사실과 다른 일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이 법정에서 불법이라고 선언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공판에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증인신문 조서를 제출하며 최 씨와 삼성 간의 '말 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를 보강했다. 김 전 차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 씨는 2014년 10월 '정윤회 문건 사건' 이후 김 전 차관에게 연락해 "삼성에서 승마협회를 맡게 돼 정유라가 좋은 말 타는 데 지원을 많이 해주겠지"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전 차관은 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2015년 6월 24일과 7월 23일 각각 "삼성에서 정유라에 대한 승마 재정 지원은 '언제라도' 가능한데, 최근 정유라가 애를 낳아서 말을 탈 몸이 아니라 지원을 못하게 됐다. 호전되면 곧바로 재정을 지원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연락해서 정유라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도록 삼성이 지원하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최 씨는 이날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삼성의 지원을 강하게 부인했다. 최 씨는 "저는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사장인지도, 전화번호도 몰랐다"며 "유라가 애를 낳은 지 한두 달 지난 상황에서 지원 사업을 얘기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승마 로드맵에 정유라를 끼워서 가져왔을 때도 저는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삼성 측의 지원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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