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박성진 사퇴'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입' 연 까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5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저희 청와대 역시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합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성진(49)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휩싸인 박 후보자는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도 버텨왔으나, 15일 스스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기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22일 만이다.

박 후보자가 결단을 내리기 전날(14일)만 해도 청와대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며 장고에 들어간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그의 사퇴 분위기가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이런 상황에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개인으로 보면 굉장히 힘든 상황 아니겠냐. 박 후보자도 아마 (그런 측면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측의 '다른 공기'는 현실화됐다. 박 후보자가 이날 오후 1시 '입장문'을 내고,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 그는 입장문에서 "청문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격'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탁 직후 한국창조과학회 활동과 '1948년 건국절' '이승만 독재 미화' 등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박성진 후보자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부적절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지만 자진사퇴한다고 했다./이덕인 기자

박 후보자의 입장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지겠다"는 대목이었다. 그가 언급한 '국회의 결정'은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야당 단독으로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의미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퇴장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즉, 박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지, 국회의 '부적격'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의 거취 표명 이후, 세간의 시선은 청와대로 쏠렸다. 오후 2시 30분, 임종석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선 박성진 교수에게 어려운 자리에 선뜻 나서준 데 대해 고마움과 함께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며 "특별히 인사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걱정을 하시는 것 진심으로 송구하고 앞으로 더 잘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통상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임 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배경을 놓고 크게 두 가지로 관측됐다. 먼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임 비서실장은 박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한다""앞으로 국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듣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에 대해 "삼권분립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는 24일 이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국회에 간곡하게 호소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다음 주 본회의 개최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이며,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않을 경우라도, 다음 본회의는 오는 28일 예정돼 있다. 앞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지난 11일 헌정 사상 첫 부결됐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인사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시스템을 보완하고 향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모습./청와대 제공

또 청와대 인사라인(임종석 비서실장-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문책론이 불거질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됐다. 청와대의 '시스템 인사'는 인사추천위원회서 이뤄진다. 1기 내각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실검증이 도마에 오르자 뒤늦게 꾸린 조직이다. 인사추천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현옥 인사수석실이 후보자 추천을 받아 1차 검증을 끝낸 뒤 본인 동의를 얻어 조국 민정수석실이 세부 검증에 들어간다. 그러나 박 후보자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서 낙마한 고위직 인사는 모두 6명이다.

임 비서실장은 "지금 저희들은 대통령 업무지시로 인사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인사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야 이념의 벽을 넘어서 적재적소에 가장 좋은 분을 대한민국 전체 인적자산 속에서 찾아 추천한다는 생각으로 각고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제도적인 문제는 이번 인사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 7월 26일 출범했으나, 40일이 넘도록 장관이 공석이다. 백지신탁 등의 문제로 인선에 난항을 겪었던 청와대로선 또다시 후보자를 물색해야 할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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