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당분간 지켜보겠다."
청와대는 14일에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이 같은 기조를 고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지난 13일 야당 단독으로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이란 말 속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며 "통상적으로 당분간이라고 하면 하루 이틀 이상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장고'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박 후보자는 발탁 직후 한국창조과학회 활동과 '1948년 건국절' '이승만 독재 미화' 등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사퇴와 지명철회를 압박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실상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쳐왔다.
앞서 청와대는 박 후보자 인선 문제를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설과 비위 의혹 등으로 낙마한 고위직 인사 5명은 각각 '자진사퇴' 방식으로 논란을 매듭지었다. 임기 초부터 인사 난맥을 거듭한 상황에서 '지명철회' 보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입을 타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이틀째 열린 산자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오후 3시까지 자진사퇴"하라고 시한을 못 박았고, 비슷한 시각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것이란 지라시(증권가 소식지)가 나돌았다. 그러나 이는 낭설로 그쳤다. 청와대는 여전히 '박성진 카드'를 손에 쥔 상황이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때문이란 시각이 짙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국회 임명동의 표결을 앞둔 '김 후보자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란 관측이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없어서다. 지난 11일 청와대는 헌정 사상 첫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상상도 못했다"며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로선 박 후보자를 곧장 낙마시킬 경우 김명수 후보자 임명 동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또 '장고 끝'에 선택했던 인사였던 만큼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로 결론내도, 청와대 인사라인(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문책론을 피할 수 없다. '임명 강행' 역시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거나 부적격 의견을 달아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야권과의 협치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창조신앙에 대한 부분은, 그야말로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다. 중기부가 얼마나 중요한 부처인가. 그런데도 (인사청문회에서) 중기부 정책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사실, '인사검증이라는 모든 시스템과 절차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가 혼자 져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 거취 문제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중기부는 지난 7월 26일 출범했으나, 40일이 넘도록 장관이 공석인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단 김 후보자 임명 문제를 마무리 지은 뒤 박 후보자 거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다음 주 본회의 개최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이며,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않을 경우라도, 다음 본회의는 오는 28일 예정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 임기가 오는 24일이다. 헌정사상 사법부 수장 공백을 처음으로 초래하게 될 상황인데, 이건 야당이든 여당이든 부담되는 상황 아니냐. 적어도 그런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박 후보자 인선 논란'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담담하게 하라'였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3박 5일간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