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한국 시각) 당초 원안보다 수위를 낮춘 대북제재 결의안을 마련했다. 전면적인 '대북원유 금수' 대신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초강력 대북 제재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전날 미국과 치열한 협상을 벌인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번 결의안은 '원유 및 석유 수출 금지'란 초강경 제재안에서 다소 수위를 낮췄다는 평가다.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원유 수출을 현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고, 연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휘발유와 경유 같은 정제유의 대북 수출을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키로 했다. 원유와 정유를 합친 북한의 유류 수입 규모는 약 30%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도 금지키로 했다. 의류·섬유는 지난해 북한 전체 수출액의 26.67%(7억5200만달러)를 차지한 2위 수출 품목이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 계약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했다. 다만 결의 채택 이전에 맺어진 문서 형태의 계약에 대해서는 관련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로 인해 북한에 유입되는 달러가 약 10억 달러 (약 1조 1100억 원) 정도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초 미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을 자산동결 목록에 포함시켰었지만, 박영식 인력무력상만 리스트에 올랐다. 북한의 '최고 존엄'에 대한 제재가 북한을 크게 자극한다는 이유로 중·러가 삭제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유엔이 금지한 물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 조사 부분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 제3국의 동의하에 가능한 쪽으로 조정됐다.
한편 이번 결의안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주도한 초강경 원안에서 후퇴해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유류제재를 처음으로 포함한다"며 "대북 석유제품 수입을 전면 금함으로써 약 800만 달러 규모의 수입을 차단하고, 북한과의 협업을 금지해 역대 가장 강한 수위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