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검=변동진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처(공수처) 신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이런 것들은 법무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취임 50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박 장관의 발언에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빠졌다. 박 장관의 말처럼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법무부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의 동의와 협력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 장관이 국회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식적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인 만큼 '국회 동의' 등의 언급은 배제되지 않았어야 했다.
우선 간담회 키워드를 요약하자면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소년법 폐지 #개혁 등 네 가지다. 박 장관은 이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으로 불거진 '소년법 폐지'에 반대하면서도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최고 징역을 15년 또는 20년으로 한정하는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의 검찰개혁위원회 간 기능 중복 우려에 대해 "업무 중복은 전혀 없고 각각 필요한 위원회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개혁위원회는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법무와 검찰, 전체를 아우르는 제도적인… 예를 들면 공수처, 수사권 조정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은 법무부(법무·검찰개혁위)에서 해야 할 일"고 강조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인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법무부가 쥐고 가겠다는 게 박 장관 주장이다.
물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지만,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법을 만들고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공은 대한민국 국회가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필자 개인의 주장이 아닌 '헌법 제3장 제40조(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에 적시돼 있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박 장관의 발언은 개혁 당사자인 검찰의 개입을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말로 비칠 수 있어 일선 검사의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 더구나 문 총장이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법무부와 검찰 간 힘겨루기로 번져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
실제 문 총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계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에 대해 "국민인권을 보호하는 책무"라며 "이를 권한으로 생각하는 검사가 있다면, 어떤 마음을 갖고 이행할 것인지 내가 나서서 인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의 수사종결권 보장 방안'과 관련 "수사에는 경찰이 행사하는 '개시와 진행'이 있고, 남은 한 가지가 '종결'인데, 이것까지 (경찰이) 행사하면 전부 경찰이 하게 된다"면서 반대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문 총장은 대검 감찰과장의 사법연수원 기수를 높이고,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감찰 점검단 신설 및 감찰기록 공개 등도 주장하며 "강도 높은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수처 신설 반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계를 불과 한 달 전으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두 수장의 확실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박 장관에게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누가 할 일이냐'고 되묻고 싶다"면서 "이는 대한민국 국회가 할 일이다. (그의 주장은) 아주 웃기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선거로서 국민들이 뽑은 대의기관인 아닌 곳에서 법을 바꿀 수 있냐"며 "대통령 아니면 그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없는 가운데 새로운 기관은 설치 못 한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은 그러면서 "아주 오만하다. 기자간담회라는 자리를 빌려 이러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박 장관이 여전히 교수·학자의 옷을 벗지 못 했다는 방증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며 "국회는 국민이 뽑은 300명은 입법부이다. 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박 장관이 새겨들을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