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명재곤 기자] " '이니 굿즈'가 무엇인지 아세요." 50대의 한 지인에게 '이니 굿즈'를 물었더니 멀뚱멀뚱했다. 생활 속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인 그는 이 신조어를 몰랐다. '이니 굿즈'는 둘째 치고 '이니'도 잘 모른 듯 했다. "‘이니'는 문 대통령 이름 끝에서 딴 애칭이고 '굿즈(goods)'는 문 대통령을 연상할 수 있는 물품이다"는 설명에 그때서야 끄덕였다.
'이니 굿즈'를 바로 이해하는 이들은 십중오륙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로 봐도 무방하다. 옹호론자들이다. 정서적으로 '이니 굿즈'의 '득템(상품획득)'에도 열중한다. '득템'을 은근히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러움 반 시샘 반, 주변 호응도 뜨겁다.
입길에 오르내리는 '이니 굿즈' 중 청와대에서 기념품으로 주는 '대통령 시계'가 최선호 대상이다. 우표첩, 찻잔 등도 있지만 "나도 아직 못 받았다"고 대통령이 말한 이른바 '문재인 시계'는 '레어 템(희귀류 득템)'수준이다. 사기판매, 공동구매등 온라인 불법 매매 의혹마저 불거져 청와대가 최근 경찰에 수사검토를 의뢰할 정도이니 더 할말이 없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등 온라인상에서 '문재인 시계'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이슈로까지 떠올라 주목된다.
얼마전 비매품으로 받은 '문재인 시계'를 77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오자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크게 '뿔'났다. 최고의 '이니 굿즈'가 매물로 나오자 관련 뉴스 댓글 등을 통해 이는 대통령의 권위를 욕보이려했거나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우롱하는 저의가 없지 않고서는 선물용 '대통령 시계'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하는듯 하다. 대선불복을 '시계팔이'로 표출했다는 극단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어떤 의도에서 시계를 매물로 내놓았는지는 당사자외에는 알수 없다. 때문에 섣부른 억측과 비판도 자제해야 한다. 여론몰이와 마녀사냥의 굴레에 누구나 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시계'판매 논란에서 내비추듯 사실 근래 정치권 안팎에서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거나 악의적인 비방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이 된 지금에도 반대세력의 일부 언행은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비이성적이며 적대적이다. 조금 과장하면 '기승전-문재인 흔들기'가 적폐 보수와 극우의 존재이유 같다.
문 대통령을 "깡패 같은 놈"이라며 "이런 놈을 상대해서 점잖게 나가면 나라꼴이 (말이)안된다"고 비난하는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지난 6월 발언이나, 허위사실을 주장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달 말 법정에서도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보면 그렇다.
지난달 30일 극우정당 대한애국당의 창당대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명예를 극단적으로 훼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재판정에 들어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소속 테러범의 얼굴을 문 대통령 그것으로 합성한 사진 유인물을 창당대회장 통로에 부착하고서 참석자들이 발로 밟고 지나가는 장치를 꾸몄다.
문 대통령의 이마에는 광주민주화항쟁을 의미하는 숫자 '518'이,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오른쪽 어깨에는 북한 '인공기'가 합성된 유인물이다. 대한애국당 공동대표 조원진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지칭했다.
극우파들은 이를 정치적 퍼포먼스, 혹은 표현의 자유라고 강변할까. '노란리본'을 발로 밟으면 극우가 살고, '5·18'을 극우의 신발로 짓이기면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피고인이 무죄가 된다고 여기는 걸까.
'문재인 시계'가 중고 매매 사이트에 올라온 것에 일부 '문빠'들이 괜히 격분한 것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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