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우여곡절 끝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가 완료됐다. 7일 정부는 사드 잔여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 반입했다. 이로써 '1개 포대' 장비를 갖춰 한·미 군 당국은 야전 운용에 들어간다. 이번 추가 임시배치 강행은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미 양국의 결정이다.
군 당국은 지난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 및 관련 장비를 임시배치했고, 4개월여 만인 이날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해 사드 기본체계를 구축했다. 사드 1개 포대는 사격통제 레이더·교전통제소·발사대 6기·요격미사일 48발 등으로 구성된다. 한·미 양국 군은 탄도미사일 요격률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국내외 정세가 심상찮다. 성주 주민들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다를 게 없다"며 추가 배치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사드 배치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이 거론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배치 완료되기'까지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또 북핵 문제를 놓고 한·미·일 대(對) 중·러 구도로 짜인 상황에서 외교적 후폭풍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임과 현 정부 간 사드 배치 전개 과정을 '3가지 관점'에서 비교했다.
① '기습배치'와 '임시배치'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는 2014년 처음 제기됐다. 그해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반도에 사드 전개를 미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한·미 사드 배치 협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사드 배치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5개월 뒤인 7월 8일 박근혜 정부는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이어 7월 13일 한·미공동실무단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공식 발표했다.
이후 성주 주민들은 전자파와 소음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2017년 3월 6일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발사대 등 사드체계 일부분을 반입하는 등 한반도 전개를 시작했다. 여론을 의식해 4월 20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 대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6일 뒤인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기습배치했다. 이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드 비용 1조원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사드배치의 '절차적 투명성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5월 30일 사드 전개는 또다른 국면을 맞았다. '잔여발사대 4기의 한국반입에 대한 보고누락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반입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배치 시기를 연기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일부 제기됐다.
이어 6월 7일 청와대는 사드 잔여발사대 4기는 1년여가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에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지역 주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국방부는 7월 28일 남은 사드 기지 전체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9일 사드의 배치 운명은 급변한다. 북한은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를 감행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 잔여발사대 4기 '임시배치'를 한미와 즉각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사드 반대 단체 면담(7월 31일)과 사드 기지 전자파·소음 측정(8월 12일),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적합' 결과 발표(9월 4일) 등을 거쳐 9월 6일 사드 4기 임시배치를 결정했고, 7일 1개 포대 배치가 온전히 배치됐다.
② 대중 전략…전날까지 모르쇠? vs 사전 통보
사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대국민 설득 과정에서 완료가 아닌 '임시배치'라는 점을 내세우는 이유다. 밖으로는 '중국'과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북한과 교역 등 상호의존 관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핵심 키(key)를 쥐어왔다. 특히 한·미·일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9월 11일 예정)에서 대북 원유 수출 전면 금지 등 초강경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임시배치 이전에 중국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임시배치 결정을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 중국에 외교적 경로를 통해서 알렸나'라는 질문에 "사전에 통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5월 22일 <한겨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이해찬 특사를 만났을 때 '지난해 6월 말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양국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채널로 협의해보자고 얘기했는데, 중국에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으로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중국 측에 알렸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③ 그러나…'박근혜 정부 판박이' 비판 직면
그러나 문재인 정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주 주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숙원사업이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전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이게 촛불의 요구로 탄생한 정부인지 믿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7일 사드 4기 '임시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처음으로 주민들과의 물리적 마찰을 불사했고, 부상당한 현지 주민들이 속출했다.
대선 후보 시절 "사드 해법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한 문 대통령이었지만, 사드 배치의 명분은 박근혜 정부와 같았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규정했다. 사드 논의와 배치 완료는 각각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박근혜 정부)과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문재인 정부) 직후 이뤄졌다.
'국방 전문가'로 꼽히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의 사드 조기 배치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국방부를 조사했고, '사계절 환경영향평가를 주민 참여 속에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던 두 달 전의 문재인 정부는 온 데 간 데 없다. 우리는 새로운 정부의 진정성에 환호하였고, 이제 지난 정부의 안보적폐도 해소되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이 약속은 짓밟혔다. 그것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참으로 슬픈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기어이 성주 소성리에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며 "이는 주민의 반대는 물론 중국과의 긴장과 갈등, 북 핵과 미사일에 대한 사드 무용론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동의 없이 진행한 만행"이라며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간 상태에서 수천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야밤에 사드배치를 강행한 행태는 박근혜 정권과 단 한 치의 차이도 찾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핵과 미사일 고도화와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국가의 안보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