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보에 여의도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선 지자체장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안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진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선거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선택지는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①충남지사 3선 도전 ②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③원외 당대표 출마 등이 그것이다.
안 지사 측근들은 충남지사 3선 도전보다 중앙 무대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원외 한계론과 충남도민과 신의론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측근들은 '재보궐→전당대회→대권 도전' 시나리오를 높게 보고 있다. 차기 대권도전을 위해선 원외보다는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내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지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온 여의도나 청와대 경험 등 중앙정치 무대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반면, 일각에선 충남지사 임기를 꽉 채워 충청도민과의 신뢰도를 쌓은 후 '충청'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원외 당대표→대선 도전'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을 지핀 뒤 안 지사까지 옮겨 간 '충청 대망론'이 자리잡고 있다.
정작 안 지사는 본인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내년 지방선거거에서 3선에 도전할거냐'는 질문에 "연말쯤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 조급하게 개인의 정치일정 때문에 다음 행보를 결정하지 않겠다"며 "지금은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재임 기간에 성실하고 그 뒤 국가와 정부, 당에서 할 일이 있으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 "천안 재보선 도전, 명분 있는 도전"
안 지사 측근 대부분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당권 장악, 대선에 도전하는 이른바 '문재인 코스'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당 대표로 당권을 거머쥐면서 지지세력을 다졌고,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 안 지사 역시 문 대통령의 코스로 차기 대선을 노려야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재보궐선거 지역구에 대해선 측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첫 번째로 입에 오르내리는 지역구는 충남 천안갑이다. 천안갑은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이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 원)을 받았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벌금 500만 원이 구형돼 재보선 확률이 유력시되는 지역구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은 안 지사가 7년 동안 충남지사로 터를 닦아 온 만큼, 텃밭에서 금배지에 도전하는 게 안정적이란 측면에서 천안갑을 추천한다. 현재까지 충남도정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출마하면 가장 당선율이 높은 지역구로 꼽힌다. 안 지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천안을 두고 굳이 왜 서울을 가나. 물론 도전이라는 의미는 있겠지만 편한 길을 두고 모험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안 지사는 명분 없는 도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서울 송파을에 나가서 홍준표 대표와 세게 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껏 몸 담아온 충남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준표와 송파을 빅매치?
두 번째는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이다. 안 지사는 유력한 차기 여당 대선 후보인 만큼 차기 당권을 거머쥐려면 상징성 있는 서울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험지 출마'를 통해 외연 확장과 더불어 정치적 파급력을 높인 바 있다.
노원병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4월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확정된 지역이다. 송파을은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로, 최 의원은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안 지사 측근들은 만약 재보선에 도전한다면 노원병보다는 송파을에 가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송파을은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인 데다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홍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돼 여의도 정치에 입문한 데다 현 거주지도 송파다.
때문에 안 지사와 홍 대표 두 거물의 '빅매치설'이 심심찮게 들린다. '대선후보' 간 맞대결로 흥행하는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도전할 만하다는 게 당내 일부 의원들의 시각이다. 특히 안 지사가 "당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에서 전략 지역으로 파악해 안 지사에게 요청한다면 송파을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 송파을 지역위원장은 현재 공석인 상태다.
◆ "충남도지사 임기 만료→원외 당 대표 도전"
충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는 충남지사 임기 만료를 주장하기도 한다. 임기를 마무리한 뒤 충남도민과의 '신의'을 바탕으로, 원외 당 대표는 물론 대선 도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지역구를 둔 김종민 의원이 대표적으로 "충남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갖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 같은 구상에 '충청 대망론'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을 복기해보면 한때 '충청 대망론' 열풍이 불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 시작된 '충청 대망론'은 안 지사에게까지 옮겨갔다. 결국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충청 대망론'은 차기 대선에서 태풍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충청 대망론'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누구냐. 바로 안 지사다. 그렇다면 충청민심을 외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재·보선 출마 시 공직 사퇴 시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선거법 53조는 "지자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관할구역과 안 겹칠 경우 30일 전까지 단체장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안 지사가 천안갑에 도전하려면 내년 6·13 재보궐선거 넉 달 전에 지사직을 내려놔야 하는 데, 이 경우 지사직 중도 하차로 인해 지역 민심 이반 등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원내에 안 지사를 지원해 줄 측근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굳이 국회의원직을 위해 위험성을 안고 직접 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는 김종민·조승래·정재호·백재현·박완주·강훈식 등 '안희정계' 핵심 인사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 민주당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에도 안 지사 측 이후삼 민주당 제천·단양지역위원장이 참여했다. 청와대에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서천군수를 지낸 나소열 자치분권 비서관, 안 지사 정무특보 출신인 권오중 사회혁신 비서관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이 닻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안 지사의 '2기 내각' 참여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정부에 위기가 왔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안 지사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