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을 주문했다. 이는 최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이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진보야당의 지명철회 요구 등 잇따른 인사 논란을 의식한 지시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지금까지 정부 초기의 급한 인사를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마쳤으니, 지금까지의 인사를 되돌아보면서 인사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들어 낙마한 고위직 인사는 모두 5명이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부적절한 품행 구설에 휘말려 사퇴했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비하 저서 및 강제결혼 논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및 사외이사 불법 겸직 논란,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으로 각각 사퇴했다.
여기에 지난 1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주식 투자 불법 의혹'으로 자진사퇴했다. 박성진 중기부장관 후보자는 창조과학회 활동과 '1948년 건국절' '이승만 독재 미화' 등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 사퇴와 지명철회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 라인의 책임론과 문책론이 대두됐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대해 몇 가지 당부드리겠다"며 세 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 시스템의 보완과 개선방안을 자문할 인사 자문회의 신설 △국민에게 약속드린 대로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서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인사수석실이 인사혁신처와 협의해서 인사 추천의 폭을 넓히고 다양화 방안 강구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중앙인사위원회가 상당한 인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장되어 버렸다"며 "인사혁신처가 그 데이터베이스를 되살리는 한편 국민추천제를 시행하고, 민간의 인사 발굴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해 나가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사시스템 개선과 함께 문 대통령은 조속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안보상황이 아주 엄중한데,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 그리고 또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위한 여야정 간의 소통과 협치를 위해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부터 누구나 협치를 말해왔고, 5당 원내대표 회동 때 야당 원내대표들도 흔쾌히 동의하고 환영했던 방안인데, 아직 안 되고 있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이 여당과 함께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다시 한 번 해 주기 바란다"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해 대통령이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