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유정 사퇴·박성진 논란' 靑 인사·민정 책임론 확산

1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명 24일 만에 주식 투자 불법 의혹으로 자진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더팩트DB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일 이유정(47·사법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명 24일 만에 '주식 투자 불법 의혹'으로 자진사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성진(49)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질 논란도 거세다. 야권과 여권 일각에서 조현옥 인사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은 그동안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해왔다. 이 후보자는 코스닥·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년 반 만에 1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에 대한 투자였던 탓에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불법 거래는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스스로 물러난 것이란 해석이다.

이 후보자의 사퇴로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대두됐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고위직 인사의 낙마다.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부적절한 품행 구설에 휘말려 사퇴했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비하 저서 및 강제결혼 논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및 사외이사 불법 겸직 논란,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으로 각각 사퇴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에 야권은 "실패한 인사 검증에 대한 응당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이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덮을 것이 아니다.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실상 인사 검증 라인인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의 '시스템 인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이뤄진다. 1기 내각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실검증이 도마에 오르자 뒤늦게 꾸린 조직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현옥 인사수석실이 후보자 추천을 받아 1차 검증을 끝낸 뒤 본인 동의를 얻어 조국 민정수석실이 세부 검증에 들어간다. 200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기 검증'과 함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5대 인사원칙에 대한 검증은 물론 후보자의 과거 발언, 기고 칼럼 등도 살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러한 인사 검증 과정을 거쳤는데도 "낙마한 후보자들의 논란과 의혹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고, 올바른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했기에 청와대 인사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사실상 '인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불법 행위가 확인된 게 아닌 만큼 사퇴가 의혹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서 신설된 중소기업벤처부 초대 장관으로 인선된 직후 '신앙'과 '이념 편향' 논란에 휩싸인 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문회까지 가보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역사관 논란에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명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이덕인 기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제기된 부분을 나름 검증했고 숙지하고 있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덕목이 뭔지 숙고한 결과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신앙은 검증대상이 아니고,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인선하는 게 문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 역시 밝지만은 않다. 최근 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지명 철회를 염두에 두고 청와대가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수석 등을 바꿔야 한다. 이유정 후보자의 경우 논문과 주식투자 등은 청와대 검증 체크리스트 200개 항목 가운데 앞 부분에 나오는 것"이라며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책임자 문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인사수석실에서 철저하게 검증하지만 본인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 개인 차원의 과거 행적까지 들춰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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