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변론 재개(선고 연기) 신청이 기각되면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변론 재개 기각이 원 전 원장의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만큼 무죄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30일 서울고법 형사7부 김대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국정원법을 어겼다는 혐의(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로 2013년 6월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2심 증거가 일부 잘못됐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는 지난달 24일 열린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이어 한 달 후인 지난 24일 "기존 극히 일부만 파악됐던 국정원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됐다"며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사건의 추가 확보된 중요 증거 제출과 공소장 변경, 양형 자료 반영 등이 필요하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28일 "사건 (재판) 진행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변론을 재개해야 할 사유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불허했다.
재판부의 변론 재개 기각 결정이 원 전 원장의 선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팩트>가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취재한 결과,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미 제출된 증거로 유죄 입증이 충분해 변론 재개를 불허했을 수 있고,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했지만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이날 <더팩트> 취재진에 "변론재개 기각 결정이 상황적으로 볼 때 무죄 판결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부가 이미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이 입증됐다고 판단해 변론 재개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은 만큼 유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조대진 변호사 역시 "변론 재개 불허 결정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조 변호사는 "변론 재개는 재판부 입장에서 상당히 번거로운 절차"라며 "법원이 변론 재개를 불허한 것은 검찰의 추가 증거가 기존 증거와 질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변론 재개 기각이 유죄를 무죄로 바꿀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 2심 재판부는 그 구속력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원 전 원장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며 "당시 판결의 쟁점은 불법 트윗글 계정을 어떤 범위까지 인정할 지 여부였다. 항소심에선 1심과 달리 400여 개의 트윗계정을 추가로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인정한 추가 트윗계정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판단해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러니 대법원 판단을 파기환송심에서 따른다면 일부 무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선고 공판 생중계'를 불허하면서 "촬영 허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피고인의 권한 침해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