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오늘부로 별명이 하나 생겼는데, '전무후무'에요. 측전무후로 잘못 알아들으신 건 아니겠죠? 제가 '전무후무'하면 '이기자'로 해주세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재진과 오찬 자리에서 '전무후무'라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취임 1주년을 야당 대표로 시작해서 여당 대표로 맞은 건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며, 여성 당대표가 해냈다는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기자'란 뜻은 이런 기회 자주 갖자는 이야기"라며 "탄핵 당하지 말고, 취임 1년 축하하는 당대표가 자주 나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변인들에게 핑크색 블라우스를 취임 1주년 선물로 받았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남은 1년을 더 잘하셔서 우리당을 핑크빛으로 만들어 달란 뜻이냐"고 농담을 던졌고, 대표로 선물을 전달한 김현 대변인은 "노란 재킷을 입을 땐 좀 '센 발언'을 하실 때고, 핑크색을 입으실 땐 부드러운 말을 주로 하신다. 앞으로 남은 1년은 '살랑살랑'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추 대표는 "너무 마음에 든다. 카드에 '앞으로도 숱하게 고생해달라'고 하는데 돌려드리겠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지난 임기동안 평가보다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다짐을 자주 화제에 올렸다. 추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을 "촛불과 함께 한 1년"이라고 회상하며, "당 중심의 선거로 승리의 감격과 시대적 책임이 동시에 밀려오는 숨 가쁜 시간들이었다. 수십 년 쌓여 있던 적폐를 바로 잡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남은 1년도 변함없이 촛불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북관계에 대해선, '신세대 평화론'을 꺼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30대의 신세대다. '신세대'답게 새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받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미다. 그는 "냉전의 유물인 핵 무장론을 버리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을 위해 민족의 운명을 함께 해결하는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정치권 안팎에서 '지난 1년 동안 아쉬웠던 점'으로 지적됐던 일들에 대해 하나씩 언급하며, 남은 임기 1년동안의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협치'를 강조했다. '머리자르기' 발언 등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협치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 당대표가 선출되면 대선후 111일이 지나서야 모든 정당이 선출된 지도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협치의 시절이 다가온 것"이라면서 "민주당부터 배려와 소통에 앞장서겠다. 방향과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더디게 가더라도 야당과 함께 가는 길을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언급하며 정계개편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제 임기 중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적어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현재의 다당제 구도를 존중하고 협치에 진심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이끌어갈 핵심 과제는 '적폐 청산'과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 막고 성장을 가로 막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장 질서를 저해 하고 있다"며 "저는 '적폐 청산'과 더불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상한 각오를 밝히고자 한다. 조만간 고위당정 협의를 통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범정부적 기구를 구성,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진단하고 전면적이며 체계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정당발전위원회에 대해서도 "저는 20세기 끝자락에서 새내기 정치인으로 시작해 21세기 정치를 지도하는 입장이 됐다. 21세기는 정보와 데이터로 합리적 선택을 하는 시대다. 정당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정당 혁신과 정당현대화의 핵심은 바로 '플랫폼 정당'이다. 많은 오해와 억측 속에 출범한 정당발전위원회는 '더 좋은 정당, 플랫폼 정당'을 향한 대국민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추 대표는 원내지도부 및 야당과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1년,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곳도 있었다. 해납백천(海納百川·바다는 천하의 강물을 다 받아들인다)는 말처럼 다양한 의견과 조언,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당원 여러분과의 직접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도 경청하며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