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윤소희 기자] "혁신과 희망의 교두보를 만들어낸 93일이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소회다. 박 위원장은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 등 당이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비대위 기간동안 '혁신과 희망의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가진 마지막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했다. 비대위는 회의가 끝난 즉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93일을 평가하고 질의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93일의 시간은 말 그대로 폭풍우를 헤치면서 백척간두 풍전등화의 당을 지키고 세우기 위해서 달려온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며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인해 당의 위기를 맞았던 때를 서술했다.
그는 "대선 패배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 가짜 제보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당을 구해내는 것, 리딩 파티(Leading Party)로서 민생을 살리고 정국을 견인하는 도전과 책임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비대위는 강인하게 성찰하고 혁신하면서 폭풍우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며 "폭풍우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혁신과 희망의 교두보'를 만들어낸 93일이었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비대위 측은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와 금호타이어 문제 해결을 요구해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강구 답변을 이끌어낸 점을 비롯해 재정구조 혁신으로 아젠다 전환, 부동산 문제 심각성과 시급성 제기, 총리인준 통과 등을 성과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차기 지도부에 네 가지 제언도 건넸다.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 △호남민심 복원 △혁신과 쇄신 노력을 국민에 약속하고 실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이 그것이다.
박 위원장은 특히 첫 번째 과제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꼽으며 "출범 당시 목표였던 새 정치 실현의 견인차가 되는 것이다. 정체성이야말로 다른 당과 차별화되고 국민이 우리 당을 지지하는 명분과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민심 복원'에 대해선 "당 대표가 서울이 아닌 호남에서 며칠, 수개월을 지내더라도 호남민심이 돌아올 때까지 호남 하방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며 "호남 분들께 국민의당의 진정성을 말씀드리고 민심을 다시 얻어 그 기세를 몰아 전국으로 퍼져가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과 쇄신 노력'과 관련, "재창당 수준에 이르는 혁신과 쇄신 노력을 국민께 약속하고 실천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당 내외 인사들로 특별기구를 만들어 중앙당과 시도당, 지역위원회 등 전 조직의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점검과 재평가를 통한 정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마지막 과제로 제시하며 "개헌은 정치의 새로운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첫 출발"이라며 "권력 분산이라는 개헌정신에 따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어떤 정치 세력과도 연대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며칠 후면 탄생할 새 당 대표와 지도부의 건승을 기원하며 석과불식, 한 과일을 혼자 먹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 먹이도록 해야 한다는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9대 대선 패배를 책임지기 위해 박지원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지난 5월 25일 출범한 바 있다.
한편 비대위는 대선평가결과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해 "현재 당 대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서를 공개하면 새로운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고, 후보자간 이해득실의 경선운동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에 인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원들은 차기 지도부가 평가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의견으로 결의했다. 박 위원장은 '차기 지도부가 공개하는 게 의무적인 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결정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런 지도부가 새로운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대선 승리당을 만들겠냐. 기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