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전기료를 '원전 집중홍보'에 사용?"…10년간 824억원 써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0년간 원자력발전소 관련 홍보비를 신재생에너지 홍보비보다 300배가량 더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잘가라 노후원전 행사에서 원전 폐쇄를 촉구하며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지난 10년 간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관련 홍보비용으로 824억 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관련 홍보비용은 2억여 원에 불과했다. 지출된 홍보비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에서 나왔다. 현행법상 전기료의 3.7%는 전력기금으로 조성된다. 원전 홍보비로 신재생에너지보다 300배 이상 더 많은 '세금(준조세)'을 사용한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년간(2007~2016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전력산업홍보사업 사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한전이 지출한 원전 관련 홍보비는 824억 1200만 원, 신재생에너지 관련 홍보비는 2억 6700만 원으로, 308.6배가량 차이가 났다.

최근 4년간 예산내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원전 홍보비가 월등히 많다. 이 기간 원전 홍보비는 211억 7600만 원, 신재생에너지는 3억 4700만 원으로 원전 홍보비가 61배 더 사용됐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기반조성사업에 따른 편익과 수혜를 전기사용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난 2001년 신설됐다. 전력기금의 부담금 부과율은 지난 2005년부터 3.7%로 유지되며,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은 전기요금의 3.7%를 매달 일괄적으로 내야 한다. 전력기금의 구체적인 목적은 ▲전력원가 절감 ▲전력수급 안정 ▲전기안전 확보 ▲보편적 전력공급 구현 등이다.

최근 10년간 전력사업기반기금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vs 원자력에너지 홍보비 배분내역이다. /권칠승 의원실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기금 법정부담금 평균액은 약 2조 원이다. 올해 전력기금 법정부담금 역시 2조 1600억 원 규모다. 2조 원 규모 가운데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홍보비를 2013년까지 전혀 지출하지 않다가 2014년부터 매년 8900만 원을 사용했다. 더구나 2017년 예산은 900만 원 삭감된 8000만 원이 배정됐다.

원전과 관련된 홍보비는 2007년 110억 3200만 원을 시작으로 2016년 50억 원 등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눈에 띄는 점은 원전을 정책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 5년(2008~2012년)간 홍보비용이 집중 지출됐다는 점이다. 이 기간 평균 홍보비용은 95억여 원이었다.

권칠승 의원은 "전국민이 전기료의 3.7%를 부담하는 전력기금의 전력산업홍보 사업목적을 보면, '전기절약, 전기안전, 전력시장, 원자력 등 전력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소통을 증진하고, 국민의 알 권리 제공과 권익에 이바지하는 전력산업의 전략적인 홍보 지원'이라고 돼 있다"면서 "다른 에너지원과는 달리 '원자력'을 사업목적에 명시해 애초부터 원자력 홍보만을 위한 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더팩트에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합리적 여론 형성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상적인 홍보비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의원실 제공

그러면서 권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2016년 결산자료'의 전력산업홍보 사업 성과 자료('원자력 현안에 대한 객관·공정의 공공커뮤니케이션 추진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를 제시했다. 산자부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전국 성인 남여 1009명을 대면면접해 원자력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원자력 종합 인식도 61.5점(긍정인식 우세), 원전 안전성 인식 52.6점(후쿠시마 사고 이후 처음으로 긍정인식 전환)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권 의원은 "전력기금 홍보사업의 주요 성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내세우고 있는데, '왜 원자력에 대해서만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게 하는 일'이 사업성과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곰곰히 생각해보면 원전은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지도 않는데 굳이 광고할 이유가 없다. 원전에 대한 편파적 홍보는 그동안 에너지 정책에 대해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합리적 여론 형성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상적인 홍보비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j7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