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법관, 대법원 사건 수임 영구금지'…사법개혁 신호탄 쏠까?

박영선(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과 관련 법조계 안팎에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발의한 '전관예우 근절'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관 출신이 대법원 사건을 영구히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법계의 적폐를 해소하고, '사법개혁'을 이루기 위해 전관예우 근절은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사법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회의를 열고 박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19명이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대법관·헌법재판관·법무부장관·검찰총장 등 법조계 최고위직 공직자가 퇴직 후 2년간 변호사 등록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사법연수원이나 사법정책연구원, 법무연수원에 근무하거나 로스쿨 교수, 민사조정법상 상임 조정위원으로 활동해 법조인 양성과 공익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대법관 출신이 대법원 사건을 영구히 수임할 수 없도록 했으며,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장 이상의 직에 있던 경우 퇴직 당시 근무한 기관 사건을 2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변호사법 8조3항인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한 후 3개월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등록이 되도록 한 규정도 삭제했다. 판·검사가 퇴직 후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할 때 △재직 중 견책·감봉·정직 등 법령에 따른 징계 여부와 사유 △퇴직 전 5년간 내부감찰이나 경고 등 제재조치 여부 및 사유 등을 기재한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고액 수임료와 과점적 사건 수임, 전화 변론 등 부적절한 형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여론의 큰 지탄을 받아왔다"면서 "법조계 고질적 적폐인 전관예우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관 출신 일부 변호사들은 상고심 사건에서 상고이유서 등 서면에 도장을 찍어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현웅(57·사법연수원 16기) 전 법무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되자 지난해 11월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27일 변호사 등록을 신청해 대한변협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대 최고위직 전관의 지위와 사건과의 관련성,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위헌은 아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이 같은 '전관예우'에 대해 국민 정서는 "근절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위헌 소지' 때문에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쁘지 않다. 필요한 법안이라고 본다"면서 "이들이 역임했던 지위의 중요성과 사건과의 관련성,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위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함께 법안을 준비한 대한변협도 "전관예우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내고 법조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최종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그러면서 "그동안 자체적으로 전직 대법관 등에 대해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공익활동에 전념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전관예우 발생을 억제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전관 등에 대해 변호사 등록 신청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법조단체나 학회에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원론적 부분은 찬성하지만, '영구적 금지' 등 세부적 규정에서 수정·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보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유지원(43·29기)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법조계 4대 최고위직의 2년간 변호사 등록 금지는 있을 수 있는 법안이라고 본다"면서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유 변호사는 "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수임 영구적 금지의 경우 (몇 년간) 기간을 두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구히 못하게 하는 건 폭력적인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전관예우가 근본적으로 근절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원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대법관 출신이 대법원 사건을 영구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과 관련 폭력적이고,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LKB&파트너스 홈페이지 갈무리

민변은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아직 조문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정치(精緻)한 법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 "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의견이 갈려 논평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변 소속 또 다른 변호사도 "4대 최고위직 전관의 변호사 등록 및 개업을 2년간 금지하면서 후학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점은 위헌 시비를 막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교수직까지 직접 언급한 부분은 다소 어색하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이 대법원 사건을 영구적으로 수임하지 못하는 부분도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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