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해법의 '운전대'를 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시대적 소명은 평화"라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 간 '강대강' 대치에도 '베를린 구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반도 위기 고조에 따른 대북 해법을 비롯해 국정운영에 대한 핵심 어젠다와 청사진을 제시했다.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는 크게 ▲건국일 논란 ▲대북 해법 ▲한일관계에 방점을 뒀다.
◆ '1919년 건국일 논란' 종지부
우선 문 대통령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보수 정부는 지난 9년 간 건국일을 1948년 8월 15일로 규정해 왔다. 문 대통령은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결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고,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 지역을 초월한 전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독립 유공자와 유족과 가진 오찬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보훈은 선열들이 건국의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며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북관계…"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대북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도 평화가 없다"며 "전 세계와 함께 항국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적·외교적 방법으로 한반도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반도 위기설'을 촉발한 북한과 미국의 대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고,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라도 전쟁을 막을 것"이라며 "한반도 내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 결정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의 해법으론 '핵동결+대화'란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은 핵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당근책'도 내놨다. 북한이 태도 변화를 한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대북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도록 국회에서 제도적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했다.
◆ 한일관계, '위안부 등 역사인식 제고' 강조
한·일 관계에 대해선 절제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보 협력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청산'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며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며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구체적 현안으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