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나. 최근 이철성(59) 경찰청장과 강인철(57)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 간 '민주화 성지 SNS 글'에 대한 진실공방이 뜨겁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강 학교장은 지난 7일 "이 청장으로부터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 좋으냐'라고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청장은 전화통화를 한 사실조차 없다고 부인한다.
두 사람 간 공방은 '폭로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강 학교장은 8일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전화 통화에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지난 6월부터 감찰조사를 받아온 강 학교장이 폭로 나흘 전인 지난 3일 이 청장과 독대한 자리서 '비위 수사 착수' 방침을 듣자, '반격'에 나선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 "민주화 성지글 비아냥…조치 지시" vs "그런 적 없다"
'민주화 성지 SNS글'은 촛불집회 당시였던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글이다. 당시 광주청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강 학교장은 바로 이 게시글 때문에 이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7일 <한국일보>에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질책을 하며 언성을 높였고,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청은 당시 해당글을 삭제했다.
이 청장은 같은 날 입장 자료를 내고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강 학교장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지난 8일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② 강 교장, 이 청장에게 '비위 수사 통보' 받자 반격?
두 사람 간 공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강 학교장의 폭로 직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폭로 나흘 전인 지난 3일 강 학교장이 이 청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 학교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7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강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강 학교장은 고급 관용차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으며, 상조회 돈 7000만 원을 사용해 학교 내에 치킨 매장을 설치할 것을 지시(직권남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강 학교장은 감찰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강 학교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8일 이 청장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전화 통화에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③ 경찰 내부 폭로전…김모 경감 "강인철에게 모욕당했다"
'이철성 대 강인철'의 진실공방에 제3의 인물까지 등장했다. 지난 7일 오후 김모 경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학교장의 '갑질'을 고발했다. 강 학교장은 김 경감의 주장 역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감은 "중앙경찰학교장 재직 당시 학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자 문책성 징계를 받았고, '자기 일도 못한다'는 식의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강 학교장이) 차량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튿날 전체 회의석상에 불러 재차 추궁하면서 모욕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학교장에 대한 경찰청의 '표적 감찰' 논란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관련자 회유, 제보자 색출작업 등 갑질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저의 진정에 따라 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시작됐고 민원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경감은 '민주화 성지글 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시기에 논란이 이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경찰청장 흔들기는 아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동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