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내홍' 국민의당, 안철수 당권 가능성에 대한 3가지 변수

국민의당이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8·27 전대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 천정배 전 대표(왼쪽부터)/더팩트 DB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8·27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둔 국민의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안철수(55) 전 상임공동대표의 당대표 출마로 전대 구도는 재편됐다. 9일 현재 국민의당 대표 선거 판세는 '1강 2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 전 대표가 앞선 가운데 정동영(64) 의원과 천정배(62) 전 대표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아직 '변수'가 남아있어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당내 갈등 △후보단일화와 결선투표제 △호남민심이 그 변수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국민의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이번 전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친안' 대 '반안' 당내 갈등 격화

안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당은 친안(親安)과 반안(反安)으로 갈린 분위기다. 친안 인사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 과시에 안 전 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유력 당권 후보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반안 세력은 '대선 책임론'을 제기하며 안 전 대표에 맹공을 퍼부었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 출마 이후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이번 전대는 대선 실패의 책임으로 당 대표가 사퇴해서 생긴 공백을 메우려는 건데 더 큰 책임이 있는 후보가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 역시 같은 날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3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안(反安) 인사들은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내부 갈등은 심화됐다. 일부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집단 탈당 의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8일 홍기훈·박양수·이경재 등 동교동계 인사 9명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회동해 안 전 대표의 출당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당초 거론된 집단 탈당과 안 전 대표 출당 추진은 접어두고 출마 선언 철회 요청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9일 안 전 대표의 출마 반대를 지지하던 황주홍 전당대회준비위원장과 장정숙 부위원장 등 반안 인사들이 당직에서 줄사퇴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선당후사'를 밥 먹듯이 외쳐대던 당직자들이 전대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관련 직책을 헌신짝 던지듯 버리는 게 당직자로서의 자세인지 의문이다"고 당내 갈등을 드러냈다.

◆ 후보단일화와 결선투표제 유불리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의 후보 단일화 여부도 변수다. 당내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고, 두 후보가 당의 기반인 호남 지역 의원이기에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은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일단은 선을 긋고 있다. 천 전 대표는 지난 4일 MBC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은 그 이야기(후보 단일화)를 할 때가 아니다. 연대를 하고 말고는 한참 뒤의 기술적인 문제"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내 요구가 거세질 경우 빠르게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번 전대에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 결선투표제는 1위 득표자가 오는 27일 전대에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2위 득표자와 다시 한 번 결선투표를 치러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안 전 대표가 최초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하더라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면 호남기반 후보 가운데 한 명과 일대일로 맞붙게 된다. 이는 후보 단일화와 같은 상황으로, 결선투표 진행은 단일화와 마찬가지로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불리할 수 있다.

◆ '극중주의' 내건 安, 호남민심 향배는?

천정배 전 대표(왼쪽)와 정동영 의원(오른쪽)은 호남기반 진보 성향 후보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항하기 위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정한 기자

야권 텃밭인 '호남 민심'이 최대 기반인 국민의당의 당 정체성도 도마에 올랐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극중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 전 대표는 '중도보수' 노선인 바른정당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당이 경기·제주 광역단체장을 보유한 바른정당과 연대할 경우 전국 정당화라는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위한 보수정당과 연대는 호남 민심을 거스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가 '호남 대 비호남'의 노선 갈등으로 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 의원과 천 전 대표는 진보개혁 성향의 호남 인사로, 호남 중심의 정치를 역설하고 있다. 국민의당 당원 가운데 호남 당원은 전체 54% 정도에 달한다. 호남 민심이 당 대표 선출의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10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국민의당은 전대 전 TV토론회를 최소 4차례 이상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일정을 논의 중이다. 투표는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케이 보팅(K Voting) 시스템으로 치러진다. 전대 당일인 오는 27일 최고위원과 청년, 여성위원장은 다수 득표자가 당선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9~31일 결선투표를 진행하며 다음 달 1일 당 대표 당선자가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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