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군(軍)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파격'이었다. 육군이 독식해온 '군 서열 1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정경두 공군참모총장(공사30기)을 내정한 데다, 육군참모총장엔 기수를 뛰어넘어 39기 김용우 중장을 진급시켰다. 기수와 서열이 중시되는 군 문화 특성상 선배(37·38기)와 동기 기수들은 무더기로 군복을 벗게 됐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동기인 37기가 전면 퇴진하게 됐다.
8일 국방부는 7명의 대장급(4성장군) 군 인사를 발표했다. 정 합참의장에 이어 △육군참모총장에 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 육군 중장 △공군참모총장은 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인 이왕근 공군 중장(공사31기) △연합사 부사령관에 현 3군단장인 김병주 육군 중장(육사40기) △1군사령관은 현 3군사령부 부사령관인 박종진 육군 중장(3사17기) △3군사령관은 현 2군단장인 김운용 육군 중장(육사40기) △ 2작전사령관에 현 8군단장인 박한기 육군 중장(학군21기)을 각각 인선했다.
이번 인선의 '관전 포인트'는 우선 육사 기수 서열을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관행 상 육군은 서열 및 기수 순으로 인사를 했지만, 이번 인사로 '육사 37기서 39기'로 뛰어넘었다. 이들 기수는 39기 김용우 중장의 대장 진급으로, 지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전역 수순을 밟게 된다.
박지만 회장과 동기인 '육사 37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군단장급(중장) 8명, 대장 3명을 배출하며 군 요직을 독차지했다. 다른 기수들은 군단장 5명 이내, 대장 1~2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서 '총장·의장'을 1명도 배출하지 못한 '무관의 기수'로 전락했다.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형사입건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육군 대장)도 육사37기다.
육사 38기는 이번 인사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 기수로 남게 됐다. 4성 장군(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1명밖에 배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 기수당 4성 장군은 2~3명 정도 나오는 게 관례였다. 38기로는 임 부사령관을 비롯해 김용현 합참 작전본부장,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최병로 육군사관학교장 등이 전역 대상자다. 김용우 육군총장과 동기인 39기는 김완태 수도군단장, 장경석 육군항공작전사령관, 장재환 육군교육사령관, 제갈용준 5군단장 등 4명이 옷을 벗게 됐다.
군 관계자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첫 군 수뇌부 인선에 대해 "관행을 깨고 39기를 대장으로 진급시켰다는 것은 군 요직을 차지했던 박지만 회장의 동기인 '육사 37기'를 '적폐'로 보고 청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는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인사의 특징은 '비(非) 육사' 출신의 기용이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한 데 이어 공군참모 총장 출신의 정 합참의장을 내정해 1948년 국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해·공군 출신 장관-의장 체제'가 꾸려졌다.
이와 함께 5명의 육군 대장 보직 중 2자리에 '비(非) 육사' 출신 장군을 진급시켰다. 그동안 군사령관 3명 중 비육사 출신은 많아야 1명이었다.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1군사령관과 후방 지역을 방어하는 2작전사령관에는 각각 비육사 출신인 박종진(3사 17기) 3군사령부 부사령관과 박한기(학군 21기) 8군단장을 임명했다.
국방부는 이번 인선에 대해 "육군의 경우 서열 및 기수 등 기존 인사관행에서 탈피해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오직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는 이달 말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이후 오는 9월께 단행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