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윤소희 기자]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책 노선이 수정됐다. 정부는 당초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 짓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사드 임시 배치'로 정책이 변경됐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성주기지 전체 부지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한 날 밤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한이 이날 밤 11시 41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안 상으로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군의 독자적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잔여 사드 발사기의 조기 배치를 포함해 한미 연합 방위능력 강화 및 신뢰성 있는 확장 억제력을 확보하는 방안들을 미 측과 즉각 협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당초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뒤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북의 도발로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여야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 당초 계획이던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현재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체 부지 148만㎡의 성주기지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부지를 임의로 축소판단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변칙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부지면적 33만㎡ 이하 소규모 국방군사시설을 설치할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고, 그 이상일 때는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환경부와 협의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이들은 국방부 관계자들과 함께 사드 부지 전자파 문제 등을 현장 조사하는데,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기간이 한 달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대구청의 판단이다.
국방부에서는 이미 배치된 장비의 임시운용을 위한 보완공사와 이에 필요한 연료 공급, 주둔 장병들을 위한 편의시설 공사 등을 허용할 계획이다. 사드체계 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우려를 감안해 관계부처와 협조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 대책을 시행,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 검증과 공청회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으로 통상 10~15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연내 사드 배치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 北 도발에 환경영향평가 생략? 이견 보이는 여야
국방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에서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사드 임시 배치가 결정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에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추가적인 사드 발사대를 임시 배치하기 위해 미국과 조속히 협의할 것이고 한미 연합 확장 억제력과 함께 우리의 독자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는 '임시'고 최종 결정은 환경영향평가가 나온 뒤에 이뤄진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환경영향평가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여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보수 야당에서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고집을 비판했고 여당은 환경영향평가 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아직도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적 정당성에 매달려 사드라는 안보문제를 환경문제와 뒤섞고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배치 결정은 여전히 자기모순적인 한가한 결정"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수도권 지역의 미사일 방어를 위해 추가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 25인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한미 양국 정부는 1, 2개월 내 사드 배치를 완료하고 한미 미사일지침도 탑재 탄도 중량 1톤 이상, 사정거리 1000㎞ 이상으로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 역시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를 놓는데 환경영향평가를 왜 하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드와 관련해 여야 간, 국민 간 견해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전략적 도발로 안보에 대한 위협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라도 사드를 임시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정부가 그동안 밝힌 대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사드 배치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기를 엄중히 당부한다"고 강조하고 "청와대 대응에 이견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보다는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야당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