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김경진 기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를 작성하고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했다.
김 전 실장은 28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선고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7일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이 실행 계획을 수립했으며, 막대한 권력 남용으로 법치주의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1심 선고 직후 김 전 실장 변호를 맡은 김경종 변호사는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판결 불복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취재진에 "부당한 판결이다"며 "김 전 실장이 지시를 직접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재판부에서는 직접 지시를 받지 않았더라도 전체적, 포괄적으로 일죄(하나의 죄)로 봤기 때문에 반드시 옳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유죄로 인정된 위증 혐의 등에 대해 항소할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조 전 장관 측은 아직까지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항소 기간은 오는 8월 3일 자정까지다.
이밖에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김소영(51)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징역 2년,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에게 1년 6개월 등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 전 수석은 실형 선고에 따라 법정구속됐다.
한편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양형 이유에 대해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자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보좌하는 실장으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가장 정점에서 지원배제를 지시했고, 실행계획을 수립, 때로는 이를 독려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은 '전혀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을 배제하고 청와대와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문화예술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유명무실하게 해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헌법과 문화진흥법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혐의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 장관, 비서관 등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범행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을 지시했다"며 "누구보다 철저하게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이를 부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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