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야당이 최근 'TK(대구·경북) 맹주' 쟁탈전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적통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TK지역은 한국당(옛 새누리당)의 '텃밭'이나 다름 아니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갖고 있는 지난 대선에서도 한국당은 대구(45.36%), 경북(48.62%)에서 과반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바른정당(20석)은 대구 12.6%, 경북 8.7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하지만 대선에서 '참패'한 한국당에 대해 TK 민심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TK지역에서 민주당은 3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고, 같은 기간 한국당의 지지율은 24→10→21→17%, 바른정당은 8→18→17→17%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세 배 가까이 차이나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17%대로 같은 선상'에 놓였다는 것이다. 즉, 현재 TK 민심은 오리무중이란 얘기다. 두 보수야당 중 어느 한 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양당의 'TK혈투'를 예고한 대목이다.
당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은 지난 19일 대구로 달려갔다. 당세 확장을 위한 '바른정당 주인 찾기' 캠페인의 첫 지역으로 낙점한 탓이다. 최고위원단을 비롯해 지난 대선 당 후보로 나섰던 대구 출신인 유승민 의원도 참석했다.
이혜훈 대표 등은 1박 2일간 바닥민심을 훑으며 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이 씌워놓은 '배신자' 이미지를 벗고,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취임 직후 간담회에서 "TK지역에선 아직 낡은 보수들이 덧씌워 놓은 오명이 지워지지 않았다"며 "현장을 돌며 그 오명을 씻어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TK 민생투어' 첫날 대한노인회 대구시지부와 보훈회관 방문, 대구치맥페스티벌 참석에 이어 둘째 날은 경북 지역으로 이동해 박정희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영천·안동지역 유림들을 만났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이동한 곳마다 수십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보수적통' 지위를 선점하는 데 험로가 예상됐다.
한국당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날(18일) 한국당은 TK발전협의체를 창립해 '보수 본진'의 주도권 다툼을 시작했다. 지지율 지표에서 알 수 있듯, 지지기반으로 삼아온 'TK 민심' 이반의 '위기'를 감지했다. 협의체는 한국당 소속 TK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등 29명이 포함된 기구다.
홍준표 대표는 창립총회에서 "모두 힘을 합쳐 TK가 선진 대한민국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구애했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창립총회에서 "TK에서 한국당에 대한 내리사랑이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자식이 부모에게 잘 하듯 대구·경북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양당의 'TK 구애'가 자칫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선 이후 지역구도가 해체됐고, '보수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TK 중심'의 전략을 펴면 영남당이란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두 야당 모두 '새로운 노선'과 '새로운 인물'을 통한 '새로운 보수 가치를 세우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