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여야 4당 대표들과 첫 회동을 가졌다. '소통과 통합'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19일 여야 영수(領袖)들과 국내외 현안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은 최근 미국·독일 순방에 대한 외교적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120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회동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등이 배석했다. 회동 불참을 선언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주 수해지역 복구현장을 찾았다.
취임 후 첫 영수회담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영수회담 이후 의전 때문에 뒷말이 나왔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긴급히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이정현 대표,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초청했으나, 장관들과 같은 격으로 동석하게 하면서 야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반면 문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여야 4당 대표들과 백악교 부근을 산책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춘재로 이동해 테이블에 나란히 둘러앉아 정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사진으로 공개된 회동 장면에서 문 대통령과 각당 대표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홍 대표의 불참으로 여성 참석자가 다수파를 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섬세한 선물도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이른바 '마약방석'을 건네며 "국민이 문 대통령의 반려묘인 찡찡이를 안은 문 대통령의 품을 '마약방석'이라 부른다고 하더라"라며 "대통령께서 마루, 찡찡이, 토리 모두 한 품에 안으실 수 없지 않겠나. 그래서 제가 토리 선물로 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리는 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의 이름이다.
이 대표는 선물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건넨 편지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생명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며 "대통령께서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회동의 '메인 메뉴'는 외교안보 분야였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독 정상회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얻은 성과 등을 야당 대표들과 함께 나눴다.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각당 대표들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인사 5원칙(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을 저버린 것과 여야정협의체 구성, 신고리 5·6호기 중단, 남북관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최저임금 부작용, 사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방안 등 국내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여야 대치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 국회 처리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각당 대표들은 '협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들은 손에 손을 잡고 회동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다당제 체제에서 타협과 양보라는 단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저희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촛불 개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민심이 수용되는 길이라면 언제든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회동 직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담은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보고대회'를 가졌다.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가 핵심이다. 국정목표의 첫 머리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가 차지했다. '국민' '소통' '공정' '정의'가 핵심 키워드다.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해소 △지역 균형발전 등은 '4대 복합 혁신과제'로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