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어디서 본 듯' 이효성 청문회, 유영민 청문회 '데자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윤소희 기자] "지난 번에도 의사진행 발언을 빙자해서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했다. 위원장은 이를 제지해달라."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다. 그런데 인사청문회가 본격 시작하기 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의 '유사 불법' 의사진행 발언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자료제출 부실과 사전 서면질의 거짓말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벌써 후보자를 향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5대 인사원칙의 전관왕, 고위공직자 배제 5대원칙 끝판왕,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고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고용진 의원은 신상진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제지해야 한다"며 박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빙자한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신 위원장은 발언권 없이 말하는 두 의원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항의를 저지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의 초반 상황이 2주 전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의 '데자뷰'(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 꼴이다. 지난 4일 유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그래서인지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리바이벌 인사청문회'를 우려했다. 신 의원은 의사발언을 통해 "이 청문회는 (지난번 유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40~50분의 의사진행 발언을 빙자해서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했다"고 야당의 행태를 비난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다운 인사청문회를 하기 위해선 유사 불법 의사진행 발언을 하지 말고 원래 (청문회의) 취지대로 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신 위원장에게는 리더십을 발휘해 의원들을 제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효성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신상진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에 항의했다. /배정한 기자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은 이어졌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박대출 의원이 언급한 '5대비리 전관왕'이라는 표현을 다시 언급하며 "객관적 팩트를 근거로 진위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자료를 요청했다. 신 의원과 고 의원은 언성을 높여 항의했다.

신 위원장은 "발언 시간을 주면 말해라"고 신 의원과 고 의원에게 경고했으나, 신 의원은 계속해서 지적을 이어갔다. 신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에 집중했다. 야당 의원들의 자료 요청과 여당 의원들의 제지 요청과 항의는 계속됐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이런 말이 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하기 전부터 부적합을 운운하며 왜곡된 편견으로 국민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 후보를 난도질하는 것도 안 된다. 이 말은 박대출 의원이 지난 2015년에 말한 것"이라고 박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 역시 "자료 요구를 위한 의사진행 발언은 자료 요구에 한정돼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본인이 질문하기 위한 용도로 패널까지 준비해왔다. 누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패널을 꺼내냐"고 비판했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여당에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청문회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위원장은 해당 사항에 대해 잘못하는 건 제대로 제지해야 한다. 이 자리는 후보자가 각종 안건에 대해 어떻게 할 건지를 검증하는 자리"라며 "인사청문회가 인사청문회답도록 진행을 똑바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4일 진행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다. /배정한 기자

지난 4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박대출 의원은 당시에도 의사진행 발언에서 패널을 들고 자료를 요청했다. 민경욱 의원과 김정재 의원 역시 의혹 제기와 함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자료 요청을 빙자한 인사청문"이라고 야당 측을 비판했다.

신 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신 위원장에게 "여야를 차별하는 거냐"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진행이 필요하다. 중복된 자료요청은 위원장이 중간에서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신 위원장이 실제로 (야당 의원들이) 질문하는 걸 방치하고 있다. 항상 그렇게 한다. 객관적이지 못해서 또 한 번 의심이 간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인사청문 대상자가 이 후보자와 유 장관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같은 인물들과 같은 장소, 같은 내용이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한편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의 도덕성 검증과 이동통신요금 인하 방안, 종합 편성 채널 등 정책 검증이 골고루 질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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