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반부패협의회 복원 '방산비리' 정조준…사정(司正) 신호탄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참여정부 시절 반부패기관협의회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과거 참여정부 시절 반부패기관협의회 성격의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고강도 개혁에 나섰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상위체를 운영하며 반부패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지난 정부의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한 본격적인 사정(司正) 신호탄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2007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반부패기관협의회 복원을 위한 초석으로 18일 오후 민정수석실 주도로 감사원 등 9개 기관의 국장급이 참여하는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 협의회를 만들어 첫 회의를 진행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주관으로 연 이날 회의에선 방산비리에 대응하기 위한 기관별 역할 분담과 정보 공유, 중복 업무 조정 방안 등 실질적인 협조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기관협의회는 매달 한 차례 정기회의를 열되 필요에 따라 관련 기관과의 수시회의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때 설치·운영했던 대통령 주재 반(反)부패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반부패 컨트롤타워' 설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반부패기관협의회'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월 설치돼 9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2004년 1월 29일 대통령 훈령 제115호로 제정된 이후 2005년 11월 22일 한 차례 개정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원장, 법무·국방·행자부 장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의 장(長)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회의에는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하고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이 협의회 간사를 맡는다. 그러나 2007년 9차 회의를 끝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명무실화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치고 가진 브리핑에서 "컨트롤타워 복원은 반부패 대책 추진뿐만 아니라 국민 체감도 높이는데도 효율적"일 것이라며 "협의회 명칭은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만약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반부패협의회가 가동되면 각종 부패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검찰이나 국가정보원, 경찰 등 특정 기관이 이슈를 주도하기 어려워진다. '사정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반부패 컨트롤타워의 첫 개혁 타깃은 '방산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정수석실 주도의 방산 비리 근절 유관기관 협의회를 꾸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하면서 "방산 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 행위"라며 "방산 비리 척결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미룰 수 없는 적폐 청산 과제"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문제도 반부패협의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기소권 부여 여부 및 수사 대상 등이 반부패협의회에서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과 방산비리 근절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라며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검찰은 수리온 헬기 기술결함 등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6일 개발비 1조3000억 원을 투입, 우리 군이 '국산 명품 무기'로 선전해 온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 (KUH-1)이 비행 안전성조차 못 갖춘 '총체적 결함 헬기'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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