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뜨뜻미지근한' 안철수, '짧고 깊게' 고민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 논란 관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한 지인이 대뜸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를 두고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이가 너무 뜨뜻미지근해서 되겠느냐"고 일침을 놨습니다. 국민의당이 저지른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채용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지난 12일 사과회견을 보고 느낀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먼저 놀랐습니다. 이 지인의 평소 언행을 볼 때 '기호 3번'지지자였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안 전 대표를 '뜨뜻미지근한'정치인으로 평가해 의아했습니다.

'뜨뜻미지근하다'는 보통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서술어가 뒤따릅니다. 하는 일이나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이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해 인물평 어감에 좋은 편은 아닙니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등 애매모호한 경계선에 놓인 현상(인물)을 비틀때 눈에 띄는 표현중 하나입니다. '뜨뜻미지근하다'는 '간철수'와 오버랩되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놀라웠습니다. 이 분이 왜 이런 평가를 하는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반전은 바로 일어났습니다. 지인의 그 표현은 반어적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 정계은퇴를 압박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발표를 하고 일단 정치권을 떠나고, 나중에 '국민이 원한다면'이란 상황을 만들어 정계복귀를 하면 될텐데..."라며 그가 생각하는 뜨뜻미지근함의 의미를 드러냈습니다. 지인은 자신의 언어에 책임을 지려는 안 전 대표의 특별한 결백증을 뜨뜻미지근함으로 표현했고 이 성향이 정치 여정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지인은 역시 안철수 지지자였던 겁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떠나고 있는 모습./남용희 기자

정치인 안철수의 '생각'은 다시 '뜨뜻미지근함'에 갇힌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도 지지자에게도 그 반대자에게도 말입니다.

국민의당의 특정 인사들이 자행한 '제보조작'이라는 범법행위를 어떻게 책임지고, 무엇을 짊어지고 내려놓겠다는 것인지 장삼이사들은 쉽게 알 수가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안 전 대표의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머릿속이 복잡한 국민의당 자칭타칭 '윗선'들도 마냥 모르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정작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그 시간의 끝을 나름 헤아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이 끝나면 안철수의 ‘길’은 또 어떻게 시작이 될지도 말입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득표율 약 21%(710만 여명)를 획득한 5년차 정치인 안철수의 ‘생각과 길’을 두고 평가와 전망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치 지형의 굴곡을 떠나 안 전 대표는 여전히 ‘살아있는' 정치인이기에 국민적 관심사일수 밖에 없습니다.

'문준용씨 채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은 정치인 안철수에게 여러모로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일'임은 분명합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지난달 26일 '제보조작' 사건을 실토한 후 16일 만에 공개석상에 나섰습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는 첫 말문은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로 마무리됐습니다. 기자들 일문일답을 포함해 10여 분간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한'시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임 통감'부문에서 많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어떤 짐을 짊어지는지, 그래서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큽니다.

지난 3월 안 전 대표는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에서 '책임의 가치'를 유독 강조했습니다. "정치는 좋은 의도보다 좋은 결과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쁜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겁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은 책임지지 않는데 있습니다. 책임은 제가 다섯 개의 직업을 거쳐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입니다."

국민들은 안 전 대표의 책임정치에 대한 구체적 육성을 듣고 싶어합니다. 이 요구는 결국 정치인 안철수의 길에 대한 질문입니다.

단적으로 안 전 대표의 다 섯개의 직업중 전업 정치인의 명함을 그대로 지갑속에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명함을 넣을 것인지를 알고 싶고, 이런 와중에 누군가는 명함교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처음 마음을 되새기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습니다." 안 전 대표의 원론적 입장입니다.

'제보조작'사건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책임정치를 두고 누구는 정계은퇴를 말하고 또 다른 누구는 정치일선의 조기 복귀가 그것이라고 상반된 해석을 합니다. 각각의 진영논리에 따른 요구라고 보여집니다.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취업의혹 제보 조작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고조되고 있을 때 안철수 전 대표가 10일 오전 강원도 속초의 한 음식점을 찾아 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더팩트DB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담형태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펴내면서 정치현장에 발을 담궜습니다. 그 때 그는 정치인의 말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은 의도도 없고 에둘러 얘기하지 않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지만 , 한편으론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더 이상 뜨뜻미지근하게 전달해서는 안됩니다. '짧고 깊게'고민하고 국민앞에 나서야할 것입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국민의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들키는 것은 정치인 안철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안철수 지지여부를 떠나 필자도 안철수의 생각과 길을 하루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보조작'사건의 정치권(인) 이해타산 때문에 민생을 챙겨야 할 정국이 기우뚱거려서는 안돼기 때문입니다. 제보조작사건은 제보조작사건이고 민생은 민생입니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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