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이하 현지 시각)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을 끝으로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을 마쳤다. 북한·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성과를 이끈 반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와 위안부 합의 등 첨예한 갈등 현안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난제로 남았다.
외교적 실리를 떠나 이번 외교 무대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상회의 기간 현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각국 정상들의 양자회담 요청이 쏟아졌고, 일정이 짧아 모든 회담 요청을 다 받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G20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 9회, 한·미·일 정상회담, 유엔 유럽연합(EU)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 면담 3회를 진행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관심이 집중된 데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교체에 성공한 점, 북핵 문제 등에 대처하는 리더십 등이 타 정상의 관심을 끈 것으로 해석됐다.
#. 담장까지 따라나와 배웅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문 대통령의 위상은 특히 지난 5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에서 드러났다. 두 정상은 이날 약 1시간30분간 동안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 간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와 실질협력의 증진, 그리고 지역·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 전부터 분단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탄핵 및 촛불시위를 거쳐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회담 자리에서도 탄핵, 촛불시위, 한국의 민주주의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문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독 정상회담 직후에도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교민들이 총리실 담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먼저 들어가길 권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문 대통령과 함께 100m를 걸으며 교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일 정부 관계자가 '(메르켈 총리가 담장까지 걸어가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로열석 앉은 文대통령 손잡은 트럼프, '친분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갑작스레 잡고 흔들어 세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7일 독일 함부르크 엘브팔하모니에서 열린 함부르크 필하모닉 주립 관현악단 콘서트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로열석을 배정받았다. 메르켈 총리가 직접 챙긴 덕분에 문 대통령 내외는 로열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끈 장면은 콘서트 관람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옆에 있던 문 대통령 앞까지 손을 뻗어 오른손을 잡고 두어 번 흔든 순간이다. 문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바로 뒷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지켜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최근 미국의 파리협정을 탈퇴를 비난한 마크롱 대통령을 의식해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신뢰를 쌓은 문 대통령을 통해 어색한 상황을 무마하려던 행동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재외 동포들이 몰려 환대했고, '내조 외교'를 펼친 김정숙 여사의 '전통미(美)와 현대미(美)'를 융합한 패션도 각국 영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문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대해 야당도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자유한국당은 9일 논평을 통해 "북핵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한 데에 크게 주목한다"고 평가했으며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 G20 정상들의 공감대 형성과 주요 국가들과의 합의를 끌어낸 점은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해 여당과 대립 중인 국민의당은 8일 논평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당면현안에 대한 어떠한 접점도 찾지 못한 포토제닉용 회담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