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안철수와 마장세, 정치와 소설 속 '꼬리 자르기'

김인원 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관련 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조사차 3일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 '마장세는 살아남은 대원 둘을 데리고 매복지를 떠날 때, 부상당한 김정팔을 사살했다는 사실은 진술하지 않았다. 마장세는 김정팔이 원주민의 축사 뒤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적탄에 관통되었고, 그 후 옮겨 간 매복 진지에서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복수의 진술이 일치했고, 정황이 성립되므로 대대장은 김정팔의 죽음을 전사로 처리했고, 고립된 상태에서 도보로 밀림을 극복해서 귀환한 마장세의 투혼에 무공훈장을 상신했다.'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 일부)

소설에서 병장 마장세는 수색조장 임무를 띄고 적지에 투입됐으나 잠복했던 적의 공격을 받고 분대원 3명과 함께 고립된다. 관통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상병 김정팔을 들 것에 싣고 부대복귀를 감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헬기로 날아온 산악을 중상병과 함께 걸어서 돌아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마장세는 결국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처럼 김정팔을 스스로 지우고서 남은 부대원 2명과 닷새를 걸어서 대대본부로 귀환한다. 부대원 2명은 마장세의 행위(꼬리 자르기)에 침묵으로 동조한다. 베트남전이 배경이다.

# "증거조작 관련해 당의 직접적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종합적 결론은 이유미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 짓고, 다만 그 이후에 5월8일 이후 이준서가 알았는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파악된다.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조작된 사실을 인지했다는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 문준용 취업특혜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의당 진상조사 발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공당으로서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주장대로 사건이 공명심에 들뜬 한 개인의 단독범행으로 귀결될 소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 대목에서는 '윗선'이 그리 자유롭지가 않다. '윗선'의 인지 및 방조, 지시여부는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일개 평당원이 지난 대선의 유력 후보를 겨냥한 '조작극'을 단독으로 벌였다는 걸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조작사실 인지 시점과 검증의 책임문제에 대해 '윗선'들이 입을 다물면서 '꼬리 자르기' 의혹 비판은 국민의당을 더 흔들고 있다.

# 마장세는 밀림속에서 혼자서 살아 있을 김정팔의 목숨(상황)을 견딜수 없기에 선임병으로서 자신과 남은 부대원을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 줄일 짐도 남아 있지 않지만 적지 탈출에 앞서 "짐을 줄여라"는 명령은 이미 그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를 예고해준다. 김정팔과 함께 부대 귀환에 나서는 것은 남은 부대원 모두를 치명적 절망으로 몰아칠 수 밖에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마장세가 울린 두 발의 총성에 남은 부대원들은 놀라기는 했지만 마장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침묵의 동조다. 김정팔의 죽음은 전사로 분류됐다. 마장세와 2명의 부대원은 무사했고 김정팔은 사후 무공훈장이 추서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5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더팩트DB

#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파문이 '머리 자르기'논쟁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상식인들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고 있다.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은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당이 국민을 속인 사건"인지는 법의 잣대와 정치적 평가로 가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반성하고 자숙하고 공당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진실규명에 숨김이 없어야 하고 결과에 따른 분명한 책임수반이 국민의당이 살 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현 상황에서는 정치적 금도를 지키려는 자세를 보여주는게 바람직하다.

이런 연유에서 6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도 다소 유감이다.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을)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이다"고 바로 '윗선'을 쳤다. 무슨 속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집권여당의 '수사 가이드' 제시 논란을 충분히 야기할 수 있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국민의당이 '독'을 깨도록 할 수도 있어서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머리 자르기'발언을 빌미로 '추미애 대표 정계은퇴, 국회 보이콧' 등을 외쳐 이래저래 씁쓸한 광경을 여야가 연출했다. 국회를 볼모로 삼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과 다름없기에 김 대표의 주장도 크게 실망스럽다.

'꼬리 자르기' '머리 자르기'논쟁은 차후 대선잠재후보인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 연결돼 있다. 안 전 대표가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게 그 자신을 위해서도 그래서 더 요구된다. 국민의당의 꼬리와 몸통, 머리(윗선)가 이 사건과 연계됐는지, 무관한 지를 분명하게 스스로 피력하는 게 제3당인 국민의당과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를 위해 낫다.

아무튼 '꼬리 자르기'는 자기 생존 본능이겠지만 정치인이 혼자만 살려고 하면 결국은 동료 및 국민들에게 버림받는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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