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간 '전화통화' 진실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4월 30일∼5월 9일 박 전 대표와 비서관의 쌍방 발신 기록을 조회한 결과 통화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지만, 3일 "통화한 사실이 기억에 없다. 이 전 최고위원이 내게 전화를 했을 순 있다"고 말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이날 오전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해당 제보를 입수한 5월 1일께 언론사와 박지원 전 대표에게 알렸다"면서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와 한 차례 통화한 내용이 추가로 밝혀졌으나 이 전 최고위원이 바이버로 자료를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는 내용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문준용 특혜 취업' 제보를 폭로하기 직전인 5월 1일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의 전화를 받았다는 진상조사단의 발표는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 박 전 대표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 전 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윗선 개입'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는 만큼, 박 전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의 전화통화 진실공방은 이번 사건의 중요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지난달 30일 "비서관-이준서 통화사실 없어"
지난달 30일, 박 전 대표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전화통화 여부'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핵심 내용은 "▲4월 30일~5월 9일 사이에 박지원 전 대표와 비서관과의 쌍방 발신 기록을 조회한 결과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4월 30일~5월 9일 사이에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도 전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 측은 "김관영 단장이 발표한 것처럼 5월 1일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보낸 바이버 메시지 4개, 바이버 통화 시도 1건, 5월 5일 오전 11시 당 공명선거추진단의 의혹 발표 후 오후 1시 25분에 보낸 음성 파일 이외에는 어떤 교신 내역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바이버 문자메시지를 수신했으며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박 전 대표는 휴대전화가 두 대인데 본인이 해당 휴대전화(0615)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제 전화 두 대를 위치추적하면 확인 가능하리라 믿는다. 제 비서관은 늦게 열어보았지만 당시 많이 나돌던 이야기로 알고 저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김관영 단장이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박 전 대표에게 전화한 일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발표했기에 결국 박 전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은 제보 문자와 관련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다시 한 번 못박았다.
◆김관영, 3일 "이준서, 朴과 한차례 통화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이날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추가로 면담한 결과, 5월 1일 박 전 대표와 한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와 문준용 씨를 직접 언급하며 제보의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보다 박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 '바이버로 보낸 것을 확인해달라'고 말했고, '알았다, 수고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즉,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를 수행하는 국장에게 박 전 대표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 과정에서 통화 여부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단 측은 4월 30일부터 5월 9일 대선 당일까지 이 전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의 수행국장의 문자 내역을 공개했다. 다음은 '이준서-朴수행국장' 사이에 오간 문제의 통화·문자 내용이다.
▶ 김갑수 → 이준서 : (5월 1일 오후 6시 20분) "통화하셨습니까. 지금 통화 가능 하십니다"
▶ 이준서 → 김갑수 : (5월 1일 오후 6시 37분) "네, 통화 했습니다"
▶ 이준서 →김갑수 : (5월 1일 오후 6시 38분) "혹시 대표님 바이버 어떤 번호 걸로 사용하시나요?" "(6333 바이버 화면 캡처를 보내며) 혹시 이건가요?"
▶ 김갑수 → 이준서 : (5월 1일 오후 6시 41분) "네"
▶ 이준서 → 김갑수 : (5월 1일 오후 6시 46분) "제가 바이버로 보내드린게 있는데 확인하신 후 회신 요청드린다고 전달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김 단장은 "박 전 대표가 지금은 이 전 최고위원과의 통화내용을 기억한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바이버로 자료를 보냈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했더니 '응, 알았다'고 끊었다"고 했다가, 브리핑 도중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전해 받고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정정하겠다"며 설명을 바꿨다.
◆ 박지원 "이준서가 내게 전화했을 순 있어…檢 조사하면 밝혀질 것"
박 전 대표는 진상조사단의 브리핑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저는 증거자료 없는 것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제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다. 전혀 (전화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6월 30일 통신사 조회결과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통화를 건(발신) 내역 없었으며,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가 소지한 휴대전화(6333)로 보낸 바이버 메시지는 없었다는 점,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박 전 대표의 수행국장 음성통화 발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수행국장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먼저 전화를 건 사실도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박 전 대표는 "오후 6시 46분 이 전 최고위원이 수행국장에게 '확인한 후 회신 요청. 전달 부탁한다'고 했다. 내 바이버방을 검색해 봤지만 오지 않았다. 올해 3월 5일이 이 전 최고위원과 한 마지막 바이버 문자다. 젊은 사람이라 이 전 최고위원과 소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나한테 전화를 했거나, 수행국장에게 전화를 해서 수행국장이 날 바꿔줬을 수 있다. 그런데 김 단장에 의하면 '보냈다'고 보고하고 간단히 끝났다고 한 것"이라면서 "나는 기억을 못한다. 몇개월 전에 전화한 걸 여러분은 기억을 하나. 이건 검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통화기록을 조회해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