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윤소희 기자] 국민의당이 3일 문준용 씨 취업 특혜의혹 제보 조작과 관련, "이유미 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 조사결과를 내놨다. 국민의당은 '윗선' 의혹을 받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 등과의 관계, 조작 여부 인지 시점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라고 했지만,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더팩트>는 이날 국민의당이 발표한 진상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세 가지 의문점을 정리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조작된 사실을 인지했다는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단장은 이 씨의 단독 범행임을 증명할 근거로 △당에서는 6월 25일(이용주 의원은 24일)에 구체적 경위와 상황을 파악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의 증거 요청에 남동생을 동원해 증거 조작 △이 씨의 진술 내용이 오락가락함 △이 전 최고의원-박 전 대표 한 차례 통화했으나 간단한 내용 △이 씨가 안 전 대표에 문자 보냈으나 안 전 대표 답신 안 함 △박 전 대표-이준서-안 전 대표 관계가 사건을 공모할 만큼 친분이 높다고 보기 어려움 등을 꼽았다.
◆ 이준서도 몰랐나, 조작 여부 인지 시점은?
국민의당의 발표대로 라면, 이번 조작사건은 이 씨의 단독 범행이다. 이는 이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모두가 이 씨의 증거 조작에 속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단장은 "6월 25일 밤 늦게 공명선거추진단 5자(이용주·김성호·김인원·이준서·이유미) 회담을 통해 사건에 대한 구체적 경위와 상황을 확인했다"며 "이 씨를 제외한 참석자는 이 때를 전후로 증거 조작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 5월 8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거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5시간 뒤 바이버 메시지로 '사실대로 라면 무엇을 말하는 거지'라고 답장해 증거 조작이라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 단장은 해당 메시지와 관련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사실대로 라는 건 증거 조작이 아니라 단순한 대화 내용을 너무 확대했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낸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 박지원, 이준서에게 증거조작 사전보고 받지 않았나?
이날 진상조사 결과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난 5월 1일 한 차례 통화를 했다는 점이다.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보좌관에게 '통화하셨습니까.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아 '네, 통화했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김 단장은 "제보의 구체적 내용을 논의한 게 아니라 바이버를 통해 제보를 보냈으니 확인해보라는 간단한 통화라는 것을 양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기자회견 중 박 전 대표 측의 연락을 받고 "(박 전 대표는 통화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며 내용을 정정해 의문을 키웠다.
기자회견 후 박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사에 휴대폰 발신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건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통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 하고 있으며, 이 전 최고위원의 휴대전화 기록을 통해 통화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 안철수, 증거 조작 알게 된 시점은?
진상조사단은 안철수 전 대표도 조사했다. 김 단장은 "안 전 대표가 6월 25일 오전 이 씨로부터 '고소 일괄취소 부탁드린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이용주 의원의 전화로 증거 조작 사실을 보고받은 뒤에 문자를 확인했다. 답장은 하지 않은 것으로 진술됐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안 전 대표가 이 씨의 문자 메시지를 읽은 시점도 석연찮다. 앞서 국민의당은 이 씨가 25일 안 전 대표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안 전 대표가 당시 문자를 확인한 것은 인정했지만, 내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결과와 메시지를 확인한 시기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또 안 전 대표가 이 씨의 문자 메시지에 답장은 하지 않았지만,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송강 변호사가 소개한 차현일 변호사가 이 씨의 변호를 맡아 안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다만,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문준용 씨 관련 '네거티브 공세전'을 반대했다는 정황이 근거로 작용한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당시 안 전 대표 측 김경록 대변인이 자신에게 "안 전 대표가 제발 폭로전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으며, 김 단장은 "5월 5일 해당 내용이 나가기 전 안 전 대표에게 이에 대해 보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진술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