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북핵 해결' 공감…트럼프, 'FTA 재협상' 시사(종합)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북핵 해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게티이미지 코리아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첫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에 공감대를 이루며 한미동맹 관계의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사하면서 향후 양국 간 난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두 정상은 30일(현지 시각) 오전 10시20분터 11시30분까지 백악관에서 단독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각자 공동언론발표 형식을 통해 논의 내용에 대해 공감을 이룬 부분과 양국의 입장을 밝혔다.

우선 두 정상은 표면적으로 신뢰 관계 구축에 의미를 뒀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이번 방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 사이엔 깊은 신뢰와 우의가 형성됐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평화와 안보의 초석이다"고 말했다. 앞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의 최대 난제로 꼽힌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발전과 북핵 문제의 해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폭넓은 공감대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며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코리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고, 솔직하게 그런 인내는 끝났다"며 "미국과 한국은 고립되고 반항적인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론적 수준에서 의제를 다룰 것이란 우리 측의 예상과 달리 공동언론 발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재협상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노동자에게 매우 좋은 협상을 원한다. 양자에게 공정한 협정이 돼야 한다"며 "한미 무역협정은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등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또 "(한국은) 자동차와 철강시장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동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FTA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 조사할 것을 제의했다"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했다. 전날 만찬부터 양측은 무역과 관련한 공동성명 문구 조율을 놓고 밤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분담금 증액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분담은 (동맹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거론했다.

30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은 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전문이다.

우선 백악관으로 초청해 주시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승리를 달성한 우리 국민에게 전하는 미국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 함께 걸어온, 위대한 동맹에 대한 위로와 격려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과감하고 실용적인 결단을 내리는 분임을 느꼈습니다.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오랜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의 발전과 북핵문제의 해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폭넓은 공감대도 형성하였습니다.

이번 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저 사이에는 깊은 신뢰와 우의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앞에 놓여있는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하였습니다.

북한은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서 타협이나 양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다짐을 높이 평가합니다.

대한민국 역시, 한·미 연합방위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군의 독자적 방위 역량을 증진해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 간 방위산업 기술 분야 협력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우리는 양국 간의 경제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습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인 성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셋째, 우리는 테러리즘 문제 등 범세계적 도전에 함께 대응하면서 한·미 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런 과제들을 함께 풀어갈 구체적 방안들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웜비어 씨 사망으로 슬픔에 잠긴 유족과 미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국민의 비통함에 대해 깊이 공감합니다.

또한 인권변호사였던 저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인권이 갖는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께 금년 중 한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분의 방한은 우리 두 정상 내외는 물론, 역사를 통해 이어온 한·미 양국 국민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방문이 될 것입니다.

두 나라의 협력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트럼프 대통령 내외분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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