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상곤 청문회' 와글와글…의사진행 발언만 '1시간 17분'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벌어졌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의사진행발언으로 1시간 17분을 보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작도 전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는 의사진행 발언만 1시간 17분 동안 진행했고, 김 후보자는 여야의 공방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자리만 지켰다.

국회 교육체육문화관광위원회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9일 오전 10시 정각에 개의됐다. 김상곤 후보자를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부적격'으로 규정한 야당은 개의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공세에 나섰다.

특히 김 후보자의 논문표절 및 자료제출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내로남불 정권' '인사원칙 훼손' '편향교육 반대' '학위 취소' '눈문도둑 가짜인생'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노트북에 붙였다.

◆ 자유한국당 '벽보 논란'…민주당 "국회가 대학 동아리냐"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청문회 초반엔 한국당이 교문위 회의실 복도에 붙여놓은 김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 관련 벽보가 쟁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상임위 오다보니까 일방적인 주장으로 가득 찬 종이가 도배 돼 있다. 제가 재선이지만 청문회장 밖에 저런 내용을 붙여놓은 것은 처음봤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상임위 위상을 추락시키는 행동"이라면서 유성엽 교문위원장에게 철거를 요청했다.

유 의원의 발언 직후 직원들이 회의장 밖의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뜯기 시작했다. 이를 촬영하기 위한 취재진이 대거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고, 한국당은 불만을 표했다. 한국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에게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 "일방적으로 떼선 안 된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가 대학교 교내 동아리냐. 품격없게 왜 저러냐" "우리가 야당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너무하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유 위원장이 국회사무처에 의뢰해 포스터가 철거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나 의원은 "우리가 복도에 논문표절 관련 포스터를 붙인 이유는 (표절한) 양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108쪽 중 40쪽이 표절돼 있고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적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원장의 직무는 의사 진행하고 질서 유지하는 것이다. 복도는 회의장 질서유지와 관계없는데 위원장이 복도에 게시한 내용을 사실상 철거하라고 사무처에 요구한 것은 지위를 남용한 거다. 우리 위원회를 매우 편파적으로 진행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 의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 청사관리규정 제5조에 보면 누구든지 각호의 어느하나 해당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고, 제4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청사에서 행진 또는 시위하거나 벽보 깃발 현수막 피켓 기타 표식을 부착 사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뗀 것이다. 자유로운 정치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하는 것 맞지만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의해 조치되는 게 맞다. 더이상 논란하지 말라"며 장내 소란을 정리했다.

◆ 바른정당 "자료 조작 시도, 남자 이유미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남자 이유미라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한국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바른정당도 입을 열었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요청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는 1500건 관련 자료가 이미 준비됐는 데도 끝까지 미루다가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실질적으로 인사청문회를 방해했다"며 "이런 행태에 대해 위원회에서 위원장이 강력하게 경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김 의원은 김 후보자 측이 제출한 자료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남자 이유미'라고 비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특혜 의혹 관련 제보 자료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를 빗댄 표현이었다.

김 의원은 "2005년 광주민중항쟁 반전평화 주한미군 철수 합의선언전문을 저희가요구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제목만 저희 요구 자료에 붙여놓고 내용은 11월에 발표한 아텍 정상회의 반대내용을 넣었다"며 "이는 명백한 조작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이렇게 엉터리 자료를 보내놓고는 어제(28일) 오후 늦게서야 해명이나 추가 설명없이 다른 방대한 자료 안에 슬그머니 집어넣어 일종의 '자료 은폐'를 의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남자 이유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국회를 능멸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진상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 "끼어들지마! '표절'의 '절'은 도둑질"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선서문을 유성엽 위원장에게 전달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이번 청문회의 최대 쟁점인 논문표절 관련 의혹제기도 쏟아졌다. 벽보와 자료제출에서 수차례 제기되는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김 후보자를 감싸면서, 한국당은 "표절은 도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에서 노트북에 붙인 피켓을 가리키며 "논문도둑 가짜인생. 누가 그렇게 단정을 할 수 있는거냐. 국민들이 이걸 정치적 주장이라고 보겠나. 이건 명예훼손이고 인격모독"이라면서 "판사시냐.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단정지어서 붙여놓고 이걸 정치적 주장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도둑질 한 거다. 도둑질!"이라고 말했고, 이장우 한국당 의원 역시 "표절의 절은 도둑질"이라고 여러차례 소리쳤다. 김민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지 않고 발언하는 이 의원에게 "끼어들지말라!"고 경고하면서 "국민여러분,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이장우 의원"이라고 알려 일순간 청문회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장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정식으료 요청한 뒤 "김 후보자를 방어하는 건 좋은데, 잘못된 점을 짚고 넘어가는 야당의 주장을 대놓고 방어하는 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해선 안 된다. 후보자는 지금 논문 무더기 표절, 논문 중복게재 등을 해서 '논문 복사기냐' '표절 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한 학자들의 논문을 그대로 베껴서 옮긴 것은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사실이 아닌 걸로 주장하지 말라. 질의응답 시간에 하라"고 했고, 이장우 의원은 "끼어들지 마시라. 아까 (민주당이 한 것처럼) 똑같이 돌려드린다. 제 발언 시간이니 끼어들지 말라"며 언쟁을 벌였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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